[의약계 결산 ⑫] 의학회, 치료제 이슈 두각…정책개입·공론화

신약 급여기준, 희귀의약품 공급, 국가예방접종 지원 등에 목소리
가정의학회, 6종 건기식 비권장 공식 선언키도…개입·공론화 활발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2-26 06:06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올해 의학회에선 각종 치료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치료제 관련 정책에 개입하거나 공론화를 추진했다.

대한두통학회에서는 올해 9월부터 CGRP 단클론항체 '앰겔러티'에 급여가 적용됨에도 급여기준이 엄격해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기준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부정맥학회에서는 희귀성 부정맥 환자에게 사용되는 '퀴니딘' 생산 중단과 공급부족 사태를 경고하면서 정부 지원을 촉구했고,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6종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효과 검토 결과 권장하지 않겠음을 공식 선언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남아 HPV 예방접종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책 추진에 대한 정부 의지를 재확인했다.

◆ CGRP 단클론항체 급여기준 실효성 의문 제기

대한두통학회는 올해 9월부터 CGRP 단클론항체 '앰겔러티'에 적용된 급여기준에 대해 실효성 의문을 제기했다.

앰겔러티 급여 적용기준은 2가지다. 우선 최근 6개월 간 15일이상의 두통일수 및 8일 이상의 편두통일수가 증명돼야 한다. 증명을 위해서는 최근 6개월간 환자가 직접 작성한 두통일기를 제출 및 보관해야 한다.

또 최근 1년 새 3가지 이상 경구예방약물 '실패'를 증명해야 한다. 실패란 최대내약용량(부작용이 발생하기 직전 용량)으로 각 약물에 대해 8주 이상 사용해도 월 편두통일수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약물에 부작용이 있거나, 금기가 있어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다.

학회에 따르면, 이같은 급여기준을 충족하는 환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미 CGRP 억제제를 복용하던 환자가 해당 약제에 급여를 적용받으려면 기존에 듣지 않던 약을 다시 8주 이상 최대 용량까지 투여하면서 증상 악화를 입증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환자가 급여 적용을 포기한 채 CGRP 억제제 처방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삭감 우려 때문에 CGRP 억제제 급여 처방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회 학술간사인 이미지 교수는 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급여기준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며 "기준을 모두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도 비급여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급여 적용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보건당국과 논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희귀성 부정맥 필수 약제 '퀴니딘' 생산 중단 사태 이슈화

대한부정맥학회는 '퀴니딘 황산염' 생산 중단 사태에 대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학회에 따르면, 퀴니딘은 조기-재분극-증후군, 브루가다 증후군 등 희귀성 질환 환자가 겪는 심실성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 약이다. 다른 치료제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만일 퀴니딘 약제를 복용하지 못할 경우 심실세동이나 심정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퀴니딘은 그간 해외에서만 생산돼왔으나,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돼 현재는 2개 제약사만 생산을 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환자가 겪는 경제적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기존까지만 하더라도 약가 100정에 5만1,000원이었지만, 현재는 30정에 115만원이다. 1정당 가격이 7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마저도 자가치료용으로 전환돼 환자가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구매하는 것만 가능하다. 다량 구매는 불가능하다.

국내 재고는 불안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현재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퀴니딘을 공급하고 있으나, 재고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퀴니딘 수입에 소요되는 기간은 적어도 4주 이상이다. 만일 수입 전에 재고가 바닥나면, 공급부족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국내 제약사 위탁제조로 변경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지만, 외국 제조사에선 국내 연락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학회는 "정부 부처와 제약사, 해외 학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시민단체, 환자단체, 정부기관 등과 공청회를 갖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홍삼 등 6종 건강기능식품 비권장 공식 선언

대한가정의학회는 10월 제정·발표한 '2022 현명한 선택 캠페인 권고안'을 통해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 권고안은 건강기능식품을 '불필요한 치료'로 규정하고 있다. 학회가 이 권고안에서 다룬 건기식은 홍삼, 비타민,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지방산, 칼슘보충제, 글루코사민 등 총 6종이다.

학회는 근거중심의학 측면에서 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수·무작위 비교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일관되게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이에 대표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6종에 대해 최근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임상시험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효능과 안전성은 임상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이를 토대로 건강기능식품 6종에 대해 '건강 유익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또 현재 시판되고 있는 모든 건기식에 대한 문헌고찰을 통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고, 건강기능식품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 남아 HPV 예방접종 재차 강조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올해 남성 HPV 예방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10월 말 개최한 '2022 추계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보험심포지엄을 마련하기도 했다.

학회에 따르면, 평생 HPV를 접촉할 확률은 약 80%로 보고된다. 이 중 10~20%는 전암성 병변, 또는 암으로 진행된다. HPV 접촉부터 암이 되기까지는 약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HPV 관련 구인두암은 국내에서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국내 구인두암 환자 80%가 HPV 감염과 연관돼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학회는 남아 HPV 예방접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학회가 이같이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학회는 꾸준히 남아 HPV 예방접종 필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남아 HPV 예방접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HPV 감염증 뿐만 아니라 그룹 A형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대상포진 등에 대해서도 국가예방접종 지원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남아 HPV 예방접종은 2024년 중 근거 마련 후에 추진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책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HPV 백신을 기존에 지원하던 2가, 4가 백신에서 9가 백신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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