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평가'에 날 선 의료계 시선‥그럼에도 필요한 이유

질병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의료 패러다임‥환자경험평가 중요성 커져
평가의 대표성, 주관적 판단에 신뢰성 의문, 의료기관 서열화 등 의료계 우려는 여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1-06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7년부터 시행돼 온 '환자경험평가'는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의료 질 향상을 유도한다는 큰 목적이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해외는 2000년 초반부터 환자 중심성을 측정하기 위해 환자경험평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환자경험평가를 놓고 국내 의료계는 날이 서있다. 

환자중심 의료 문화 확산 및 국민 건강 증진 기여라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환자경험평가가 '전화 설문'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평가 문항' 등은 신뢰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환자경험평가가 의료기관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환자경험평가는 질병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심평원은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올해 심평원은 2023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료성과와 환자안전 중심으로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 가운데 환자경험평가 영역 확장을 위해 기존 전화 조사에 모바일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의료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HIRA Research에 공개된 '환자경험평가 영역별 점수 변화와 전반적 만족도 점수의 연관성' 연구 논문(국립암센터 간호본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환자경험평가는 적정성 평가의 하나로 3차까지 진행됐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1차 500병상 이상, 2차 300병상 이상, 3차 100병상 이상)에서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1차 평가 95개소(상급 42개, 종합 53개), 2차 평가 154개소(상급 42개, 종합 112개), 3차 평가 359개소(상급 45개, 종합 314개)가 참가해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평가영역은 입원기간 중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과 환자 참여,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등 환자경험에 대한 6개 영역이다.

구체적으로는 ▲간호사 영역 : 존중과 예의, 경청, 병원생활 설명, 도움 요구 관련 처리 노력 ▲의사 영역 : 존중과 예의, 경청, 의사와 만나 이야기할 기회, 회진시간 관련 정보 제공 ▲투약 및 치료과정 : 투약/검사/처치 관련 이유 및 부작용 설명, 통증조절 노력, 질환에 대한 위로와 공감, 퇴원 후 주의사항 및 치료계획 정보 제공 ▲병원환경 : 깨끗하고 안전한 병원 환경 ▲환자권리보장 : 공평한 대우, 불만 제기의 용이성, 치료 결정과정 참여 기회, 신체 노출 등 수치감 관련 배려 ▲전반적 평가 : 입원경험 종합 평가 및 타인 추천 여부 등이다.

포괄 지표인 전반적 평가 영역의 경우 입원 경험 전반에 대한 문항과 추천의향 문항으로 구성됐다.

앞서 평가 도입 과정에서 의료계는 환자경험평가가 환자의 주관적 설문에 의한 결과 도출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평가가 시행된 이후 환자경험평가의 도입 취지대로 환자경험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환자 중심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환자경험평가의 결과는 병원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의료기관들은 '어떤 특성이 환자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의료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것을 개선해야 환자경험이 향상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분석 결과, 환자경험평가에서 병원 환경 영역 점수 변화는 전반적 만족도 점수와 유의한 연관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은 깨끗한 병원 환경에 대해 강한 선호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병원 환경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입원환자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며, 깨끗하고 안전한 병원 환경을 바라는 환자들의 욕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간호사와 의사 영역, 투약 및 치료과정 영역 점수 변화도 전반적 만족도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투약 및 치료과정 영역의 경우 서비스 제공 주체인 의사와 간호사 모두에게 영향을 받는다.

의료기관 소재지 재정자립도가 평균보다 낮은 지역에서는 의사 영역 점수가 높을수록 전반적 만족도 점수가 높았다. 이는 비교적 경쟁이 덜한 의료시장에 위치한 의료기관일수록 의사 영역 점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간호 등급이 3등급 이하로 간호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서는 간호 영역의 점수를 증가시킬 경우 병원서비스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다.

연구팀은 "선행연구들이 주로 제시해 온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력 외에도, 병원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전반적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좋은 의료의 질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의 의료기관이 나은 환자경험을 줄 수 있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자 점수 향상보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병원 환경의 조성이 경영진 입장에서는 비교적 쉬운 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환자경험평가를 도입한 영국과 미국은 그 결과를 각 의료기관에 질 향상 인센티브 제공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이 결과는 각 의료기관마다 문항별 점수 그대로 매년 또는 분기별로 공개되고 있다. 조사의 대상자 역시 외래, 입원, 응급 등 의료기관의 여러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환자경험평가는 도입 초기 단계 수준이다. 입원 환자만을 대상으로 2년마다 조사하고, 결과는 문항별 점수가 아닌 영역별 점수만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결과의 활용 방안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향후 환자경험평가의 조사 범위와 결과 공개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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