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기자와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장훈아 공보이사(어비뇨기과 여성센터장)와의 첫 만남은 지난해 11월이었다.
기자간담회장에서 직접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던 장 공보이사에게서는 비뇨의학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그리고 그는 비뇨의학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도 비뇨의학과는 여러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동시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어 기피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학회와 의사회 자체의 노력으로 한파가 지나고 봄 기운이 몰려왔다.
비뇨의학과가 남녀에 관계없이 비뇨기계 관련 모든 진료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2023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비뇨의학과는 전공의 지원율 100%를 넘기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메디파나뉴스는 장훈아 공보이사
<사진>에게 비뇨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부터 여성 전문의로서의 삶,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들어봤다.
◆ 비뇨의학과를 선택한 이유, 매력 넘치는 곳
장 공보이사가 비뇨의학과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단번에 "매력에 매료됐다"고 답했다.
"저는 비뇨의학과 인턴을 돌면서 직접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에 단숨에 사로잡혔죠.
비뇨의학과는 종양,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소아질환 등 다양한 질환군을 다뤄요. 또 여러 가지 술기와 검사가 많아 배울 것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는 과는 수술만 하고, 약물치료를 하는 과는 약물치료가 주가 되죠. 그런데 비뇨의학과는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폭넓게 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문득 장 공보이사의 전공의 시절도 궁금했다.
비뇨의학과는 남녀에 관계없이 비뇨기계와 관련한 모든 진료를 담당하고, 비뇨기계 암인 신장암, 부신암, 요관암, 방광암, 전립선암, 고환암, 음경암도 다룬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위주의 과라는 편견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여성 전문의가 유독 적을 것이란 인식도 남아 있었다.
"전공의 시절 여성 선후배가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특별 대우를 받은 적도 없었어요.
요실금 수술을 받거나 비뇨기 종양 수술로 입원했던 여자 환자들이 여자 전공의가 있다는 것에 너무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비뇨의학과가 남자들만 가는 과가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다.
"산부인과는 일부 난임센터를 제외하고 정말 여자들만 가지만,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특이하다고 하지 않잖아요. 비뇨의학과에도 여성 전문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현재 장 공보이사는 본인이 속한 병원의 여성센터장을 맡고 있다. 병원 홈페이지 소개 글에 '여성이 가진 비뇨의학과 질환을 여성으로서 이해하고 어루만져 준다'라는 문장이 뒤따라온다.
이 소개 글에 대해 묻자 장 공보이사는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인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질병 치료에 있어 의학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의사의 성별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결국엔 환자도, 치료도, 생물학적인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좀 더 이해받고 싶고, 편하고 싶은 그런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습니다."
◆ 비뇨의학과 편견 깨기, 학회의 노력
비뇨의학과를 말할 때, 여러 '편견'과 '오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대한비뇨의학회와 의사회는 비뇨의학과에 대한 심리적 거리 줄이기를 시행 중이다.
한 예로 비뇨의학과가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진료한다는 점, 또한 온 가족의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 등의 비뇨기질환을 아우르는 필수의료라는 대국민 캠페인과 홍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저는 현재 홍보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몇 년간 여성 전문의들의 목소리로 라디오 캠페인을 송출하고 있는 것도 노력의 일부겠네요. 이는 비뇨의학과가 여성들도 진료볼 수 있는 과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입니다. 실제로 라디오를 듣고 검색해서 진료를 보러 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생캠프에서도 비뇨의학과의 여성 진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비뇨의학과는 전공의의 지원 미달 문제도 있었다.
대한비뇨의학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시작된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는 2014년 25%라는 최악의 지원율로 이어졌다. 10년 이상 지속된 전공의 미달 사태는 2019년 전체 수련병원 중 전공의가 없거나 1명인 병원의 비율이 93.2%인 결과로 나타났다.
비뇨의학회는 전공의 충원을 위해 2017년 50명 총정원제를 실시했고, 이후에도 여러 노력을 이어갔으나 수가 개선이나 직접적인 수당 지원 등의 대책이 없어 지원율은 평균 40% 수준에 머물렀다.
왜 후배들이 비뇨의학과를 지원하지 않을까. 선배 의사로서 이유를 알고 싶어 직접 질문까지 했다는 장 공보이사다.
"학생캠프에 참석한 후배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졸업한지 한참 지나 지금 젊은 친구들의 생각을 잘 모르니까요.
대부분은 현실적인 이유가 컸습니다.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전문과를 살린 개업이나 취업 등의 한계나 어려움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는 비뇨의학과의 수가 문제와 같은 정책적인 과제와도 맞물리겠지요. 저를 포함한 선배 의사들이 더욱 노력할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장 공보이사는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비뇨의학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말이다.
"밖에서 보면 비뇨의학과가 마이너한 진료과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뇨의학과는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치료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료과입니다.
비뇨기계 암 수술의 경우 스케일이 굉장히 큽니다.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전립선적출술 등으로 최신 로봇수술의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섬세한 술기가 필요한 수술도 있고,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 기법도 가장 발달해 있는 진료과가 바로 비뇨의학과입니다. 무엇보다 전립선비대증, 여성 요실금, 요로결석 등의 수술은 1회의 수술로 완치를 노리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수술팀을 이끌고 멋진 수술을 집도하고 싶거나, 환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라포를 쌓는 의사의 모습을 동경하거나, 최첨단 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싶은 꿈이 있는 젊은 의학도라면 도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의사들이 수익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반전의 주인공이 된 비뇨의학과, 남은 과제는 많다
대한비뇨의학과의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의 노력은 결국 결과로 돌아왔다.
기피과로 알려진 비뇨의학과가 2023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지원율 100%를 넘겼기 때문이다. 전반기 모집만으로도 정원이 채워지자 학회는 노인 인구의 증가, 최첨단 수술을 하는 과라는 인식, 개원 상황 개선 등 대내외적인 상황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학회는 이 현상을 신중하게 바라봤다.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르다가 최근 1~2년 동안 지원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살펴본다면, 표면적인 것일 뿐 아직 해결할 사항이 많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해 100~120명의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됐는데,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전공의 TO 자체가 많이 감소돼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장 공보이사의 분석은 여러 근거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이며, 2025년에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노인성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수련병원, 종합병원에 근무는 의사들은 급격히 증가하는 비뇨기계 질환, 더불어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등 비뇨기암의 빠른 증가 추세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 상태로는 앞으로 늘어나는 환자를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2022년 대한비뇨의학회가 갤럽코리아를 통해, 2차 병원 이상 중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다.
설문조사 결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과도한 업무 강도로 지속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의 안전이 우려돼 소극적으로 진료한 경험이 77%나 된다고 응답했을 정도.
"진료 현장에서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얼마나 시급한지 피부로 와닿는 결과였습니다."
개원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배뇨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과 연결된다. 자기를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노인의 경우 삶의 질의 문제,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다.
"턱없이 낮은 수가 때문에 동료 의사들이 안타깝게도 비뇨의학과 진료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밥그릇만 챙기는 의사의 부조리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동안 이를 알면서도 수가 개선이나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 등이 소외돼 왔습니다. 의사의 사명감에, 의사의 사회적 책임에만 기대 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환자들의 기대와 의사 진료에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인식, 그에 따르지 못하는 현실적인 보상은 어느 의사 한 명,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장 공보이사는 노인의 배뇨곤란의 문제는 현재 큰 관심 받지 못 할지라도,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밤에 자주 깨는 야간뇨 증상이 있는 노인은 낙상으로 인한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야간뇨가 심한 환자는 평균 수명이 낮다.
게다가 스스로 병원을 찾아 갈 수 없는 노인이 진료를 받으려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배뇨 곤란의 문제는 며칠마다, 심하면 하루에도 몇 차례, 매 배뇨 시 마다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마다 가족들이 시간을 내 병원에 올 수도 없다. 일부 생업을 뒤로 미룬 채 병원을 다니는 보호자들도 있지만 이들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토대로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는 노인의 배뇨관리 인식 개선을 위해 일관되고 꾸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혹자는 배뇨의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물론 뇌졸중이나 협심증 같이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뇨곤란은 매우 고통스럽고,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한다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현실을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 배뇨 관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