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환자경험평가', '모바일' 방식으로 탈바꿈‥'문항'은 대부분 유지

신뢰성 문제 있던 전화 방식, '모바일'로 변화‥전문업체에게 의뢰
의료계가 지적했던 '문항', 환자 경험과 만족도 확인 취지로 큰 변화 없어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4-28 11:3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4차 '환자경험평가'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환자경험평가는 '전화 설문'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4차 평가는 '모바일웹'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바라볼 때 여전히 2%가 아쉬운 변화일 듯 싶다.

앞서 의료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평가 문항'이 신뢰성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러한 환자경험평가가 의료기관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쉽게도 4차 평가에서도 문항 부분은 큰 변화가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4차) 환자경험평가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은 국내외적으로 환자중심 의료체계의 성과를 평가하는 필수 영역이다.

특히 이 환자경험은 의료의 질 핵심 구성요소인 환자중심성을 평가하는 주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환자보고 질 지표를 개발(PROMs, PRIMs, PREMs)하고 있으며, 이미 환자경험평가(PREMs, Patient-Reported Experience Measures)는 미국, 영국 및 OECD 여러 나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국민의 관점에서 확인하기 위해 2017년 환자경험 평가를 도입했다. 이후 2018년 8월(1차, 95개소 / 14,980명 대상), 2020년 7월(2차, 154개소 / 23,935명 대상), 그리고 2022년 7월(3차, 359개소 / 58,297명 대상) 평가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3차 평가 결과, 평가 참여횟수별 종합점수 편차가 확인됐다.

1~3차 모두 참여한 기관(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84.53점, 2~3차만 참여(300병상 이상 및 500병상 미만 종합병원) 81.95점, 3차만 참여(100병상 이상 및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81.05점이었다.

이는 환자 중심성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심평원 평가실 관계자는 "이번 4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국민 친화적인 모바일웹 조사방법을 도입했다.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의료 질 향상을 유도함으로써 환자중심 의료문화 확산 및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3년(4차) 환가경험평가는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1일 이상 의과입원환자 본인이 대상이다. 다만 낮병동, 완화병동,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는 제외된다.

대상 기관은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으로 2023년 4월 말 허가(신고) 현황을 기준으로 한다.

2023년 8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 조사가 이뤄지며, 평가대상자는 2023년 8월 이후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선정한다.

기관별 표본 수는 요양기관 병상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100∼299병상이면 100명, 300∼499병상이면 150명, 500∼999병상이면 200명, 1000병상 이상이면 300명이다.
 

평가는 입원경험 중 ▲간호사 영역 ▲의사 영역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 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 평가 등 6개 영역 및 개인특성, 24개 설문문항으로 이뤄진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모바일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입원서비스를 경험한 국민에게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전문조사 업체 위탁을 통한 모바일웹 조사가 실시한다.

심평원이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환자경험 평가대상자를 추출해 요양기관에 대상자 명단을 제공하면, 요양기관은 평가대상자 전화번호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심평원이 요양기관에서 제공받은 전화번호를 전문조사업체에 전달하면, 전문조사업체가 모바일웹 조사를 시행한다. 심평원은 추후 그 결과를 분석해 공개한다. 해당 결과 공개는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평가 방법은 모바일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의료계가 지적한 평가 문항에서는 큰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었다.

이전부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내과의사회는 '평가 문항'들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의협은 동일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평가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진료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신경쓰도록 한다고 꼬집었다.

내과의사회는 평가 문항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내용이 있고, 환자가 진료 이외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4차 평가도구를 살펴보면, ▲담당 의사 및 간호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습니까? ▲담당 의사 및 간호사는 귀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줬습니까? ▲입원 기간 동안 다른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공평한 대우를 받았습니까?의 질문이 그대로 유지됐다.

동시에 환자경험평가 대상기관은 1차 평가의 경우 95개소(상급 42개, 종합 53개), 2차 평가 154개소(상급 42개, 종합 112개), 3차 평가 359개소(상급 45개, 종합 314개)로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경험평가 대상이 향후 병·의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는 결과 공개에 따라 환자에게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들을 경쟁시키고 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 바라봤다.

반대로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의료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HIRA Research에 공개된 '환자경험평가 영역별 점수 변화와 전반적 만족도 점수의 연관성' 연구 논문에 의하면, 의료기관들은 평가가 시행된 이후 환자경험평가의 도입 취지대로 환자 경험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환자 중심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환자경험평가의 결과는 병원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의료기관들은 '어떤 특성이 환자경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의료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것을 개선해야 환자경험이 향상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향후 환자경험평가의 조사 범위와 결과 공개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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