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 막자"‥도심 '의료 공백'이 가장 큰 문제

20일 15시 이사회에서 폐원안 의결 예고‥교수·노조·전문가들 모두 '우려'
병원 폐원‥서울 중구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의 건강과 생명 직결된 문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6-19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서울백병원의 폐원 예고에 교수들도, 노동조합도, 그리고 의료계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폐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공백' 때문이었다.

서울백병원은 82년간 서울 중구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 왔다. 그리고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백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증환자 진료,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0년 기준 서울백병원의 외래환자수는 20만 7511명, 재원환자수는 5만 1833명, 수술건수는 4281건에 달할 정도.

따라서 서울백병원 폐원 추진은 서울 중구 지역 주민과 서울 시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일방적인 폐원 결정은 취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 서울백병원, 왜 폐원 이야기가 나왔나

서울백병원은 82년 전, 1941년 백인제 박사가 백인제외과병원을 개원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46년 12월 우리나라 최초 민립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백병원'이 설립됐고, 1975년 서울 도심의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그 뒤를 이어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이 생겨났다.

그런데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4년 때부터다. 서울백병원이 2004년 처음 7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백병원은 2016년 경영정상화 TFT을 만들어 인력 감축, 병상수 감축, 외래중심 병원 전환, 레지던트 수련을 포기하고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 시설 리모델링, 기금 유치 등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이 탓에 350병상으로 시작했던 총 백병원은 2023년 현재 122병상만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3년 현재, 서울백병원은 20년 동안 1,745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2월부터 경영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경영 자문을 받았음에도 "해당 입지에서 더 이상의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이에 2023년 5월 31일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했고, 인제대학교 학교법인은 6월 20일 15시 이사회를 열어 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통보에 병원 관계자들, 특히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부지의 가치는 약 2000억 원~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2022년 6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개정해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상업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용 자산으로 분류됐던 서울백병원 부지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허용된 상태다. 

만약 서울백병원이 폐원된다면 해당 부지를 상업용 건물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부지 개발이 허용되자마자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폐원을 추진하고 있기에, 교수협의회와 노조는 더욱 예민한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 서울 도심 '의료 공백' 발생

앞서 중앙대 필동병원(2004년),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성바오로병원(2019년), 제일병원(2021년) 등의 연이은 폐원·이전이 있었다.

이 당시에도 서울 도심의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폐원이 또 다시 무책임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서울 도심 종합병원들은 여러 위기에 휩싸여 있다.

도심 공동화로 상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환자 이용량 감소에 따른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시설이 노후화된 중소 종합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도심의 유일한 감염병 전문병원이자 대규모 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백병원이 폐원은 단독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 서울시의회, 중구, 중구의회, 중구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 논의도 없이 일방적 결정‥폐원이 아닌 정상화 절실

서울백병원의 폐원 이야기가 가시화되자, 백병원 교수협의회는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8일 서울백병원의 폐원 결정 철회는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5개 백병원 직원 노조는 서울백병원 주차장에 모여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백병원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는 내내 적자 상태는 지속됐다. 법인은 줄곧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을 압박했고, 끊임없는 인력 감축을 요구했다. 모태 병원인 서울백병원이 없었다면 법인도, 다른 형제 병원도 없었을 텐데 왜 교직원들에게만 그 책임을 몰아가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다른 형제 병원을 새로 건립하기 위한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다.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오히려 과거 법인의 결정으로 인한 피해자다"고 덧붙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준)도 같은 의견이었다.

위원회는 "구성원들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경영정상화 TFT의 이사회 서울백병원 폐원안건 상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경영정상화 TFT가 20년간 1,745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며 폐원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수익과 의료 외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역할하면서 손실보상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학교법인은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를 위해 얼마를 투자했는지, 서울백병원 누적적자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폐원의 논의 과정이 민주적 절차와 여론 수렴 없이 깜깜이로 추진돼 온 문제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대책위원회는 "인제대학교 학교법인과 서울백병원은 외부 경영컨설팅 결과와 폐원안에 대해 노동조합은 물론 교수협의회, 교수노조 등 구성원과 단 한 차례의 협의나 설명회도 없었다. 폐원이 아닌 경영 정상화 방안 역시 구성원들과 협의하는 과정은 없었다. 서울백병원의 건물과 부지 활용방안 등도 구체적인 협의 과정과 명확한 대안 제시 없이 '폐원 후 논의하겠다'며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서울백병원을 폐원하면 직원 393명이 고용과 생존권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경영정상화 TFT는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으로 전원 고용승계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달했으나, 관계자들은 당사자의 조건이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고용승계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의료이익을 보면 서울백병원은 10억 원 적자였으나, 상계백병원은 17억 원 적자, 일산백병원은 10억 원 적자였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에 서울백병원 교직원까지 떠안게 되면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곳은 부산 지역 병원들인데, 생활권이 다른 지역으로 전환배치를 하면 교직원 중 몇 명이나 받아들일까"라고 반문했다.

서울시 중구보건소도 서울백병원 폐원과 관련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앞으로도 서울백병원이 주요 응급의료기관 및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남아 중구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수협의회와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백병원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민주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합리적인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를 위해 병동 리모델링에 매년 30억 원~5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한 노력을 수포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따라서 단지 적자를 이유로 졸속적으로 폐원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적자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경영정상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백병원 경영 악화의 원인을 ① 구도심 인구 감소와 의료이용량 감소, 대형병원과 경쟁 ② 서울백병원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인제학원의 투자 부족  ③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법인 설립·확장과 서울백병원의 유능한 인력 반출이라고 꼽았다.

조 교수는 "서울백병원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해 온 교직원들과 환자들, 중구 지역민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이 법인의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백병원 교수들은 폐원 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TFT 결정을 취하하고, 서울백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교직원들과 대화할 것을 법인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서울백병원을 경제적 이유만으로 폐원해서는 안 되며, 환자와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책임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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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2023.06.19 13:27:54

    적자 안 나게 해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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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2023.06.23 10:57:07

      서울시가 광역 을급센터로 매입래서 사용하면 되지 않나? 적자 엄청 날껄;;;;; 수가가 바닥이고;;;;;민도는 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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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 2023.06.21 12:38:20

      어떻게? 의료보험료 두배 올려서 낼 자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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