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법 제정 첫걸음…'명확한 정의·사회적 합의' 필요

추상적 정의는 형평성 논란 야기…필수의료 정의 선행돼야
처벌 감면 조항, 환자단체 "부적절"-의료계 "확대해야 실효성 확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6-24 06:0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필수의료 제정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첫걸음을 내딛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할 전망이다.

추상적 정의는 법률 체계에도 맞지 않는 데다, 과별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계가 기대하는 핵심 조항인 법적 보호 역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위도 국가가 필수의료를 육성·지원해 안정적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조성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제정안은 필수의료를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로 규정했다. 구체적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법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제처는 필수의료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형 감면 규정 등이 달라질 여지가 있어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방식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역시 입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나, 필수의료나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어렵다는 한계 등을 감안해 개선·보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법무부도 필수의료와 필수의료 종사자 개념이 불분명해 법률문언만으로는 의료행위나 의료인 범위 등이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필수의료와 그 이외 의료행위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복지위 진선미 수석전문위원은 "정의 규정은 법률 용어 뜻을 명확히 해 해석과 적용상 혼란 및 분쟁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하위 법령 위임은 지양해야 하며, 하더라도 대강의 내용과 범위를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정안의 규정은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불명확한 정의로 인한 의료계 내부 혼란은 법안에 제출한 각 학회 의견에서도 나타난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필수의료 범위를 명확히 해야 의료계 내부 불필요한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수술보다 응급상황인 기관지관삽관, 중심정맥관삽관, 흉관삽관, 에크모 삽입, 심폐소생술 등이 이루어지므로 위의 행위들을 설명의무 및 처벌 감경·면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한가정의학회는 비필수의료처럼 비춰지는 과의 우려를 전했다. 필수의료 정의가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긴박한 임상적 판단과 개입을 요하는 경우로 국한해 적용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일차의료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제정안은 형사처벌 감면을 위해서는 설명의무 이행이 필요하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비수술과에서 진행하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호 정책도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역시 불명확한 정의로 인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현대 의료행위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인 만큼, 하위법령이 아닌 법률상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상의학회는 인기 진료과에서도 기피하는 세부전공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세부영역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규정돼야 형법상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조항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사 입법례인 응급의료법이나 119구조·구급법 등은 모두 상황이나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필수의료법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필수의료 개념이 없고, 법률문언만으로는 구체적 내용 규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형 감면 조항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환자단체는 형사처벌 특례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제정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앞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분쟁 특성상 의학 전문성 및 정보 비대칭성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은 의료인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형사처벌 특례를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대로 의료계는 제정안 내용보다 감면 범위를 확대해야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시급을 다투는 필수의료 특성상 형사처벌 감면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아닌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로 당연규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의 경우 감경이 아닌 면제로 수정해야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환자를 살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필수의료 의료진에게 명확한 범죄행위가 아닌 경우에도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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