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 탄핵·비대위 무산…'과반 이하·25%' 초라한 성적표

회장 및 부회장 2인 모두 과반 이하 찬성…비대위는 25% 불과
회원 우려·불만만 확인…대정부·국회 협상에 힘 실리나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23 17:58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필수 회장, 이상운 부회장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 회장 및 임원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상운 부회장 등 불신임은 모두 과반도 넘기지 못한 채 부결됐고, 비대위 설치 역시 찬성 25%라는 초라한 수치로 부결됐다.

이번 임총은 오히려 회원 우려와 불만만 확인한 채 집행부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대정부·국회 협상에 힘만 실어준 채 마무리 된 모양새다.

의협 대의원회는 23일 임총을 개최했다. 이날 임총은 재적대의원 242명 가운데 189명이 참석하며 성원을 충족했다.

이날 임총에서는 먼저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상운 부회장 등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상정했다.

이번 임총을 주도한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제안 설명을 통해 불신임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김 회장은 대표적으로 의대 정원 논의를 꼽았다. 대의원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고 저지하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2020년 9.4 의정합의에서는 정부와 본격 논의 전 코로나19 안정화, 국회 내 협의체 설치 등 유리한 조건이 있었음에도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협상을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집행부와 보건복지부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의대 정원을 의협과만 논의하는 데 문제를 제기해 논의 주체를 추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김 회장은 "의협은 찬성한 적 없다고 하는데 복지부 장관은 2025년부터 정원에 반영한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며 "만약 복지부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한다면 제가 의협 회장이라면 취소를 요청하거나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반박 자료라도 배포해야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밖에도 ▲수술실 CCTV의무화법 ▲의료인면허취소법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등 집행부가 막지 못한 10가지 안건을 불신임 사유로 들었다.

김 회장은 "불신임은 위기와 혼란을 야기하는 안이 아니다"라며 "위기와 혼란을 잠재우고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몸부림이다. 회원 미래를 위해 소중한 선택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부족한 회원 소통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히며 남은 임기 회원과 소통을 늘리고 투명한 회무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회장은 "진행 경과나 배경, 상황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에 대해서는 각별히 노력하겠다는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소통 부족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남은 임기 더욱 많은 소통을 통해 한 점 오해 없도록 회무를 투명하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상황이 집행부 철학인 대화와 소통과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피력했다.

이 회장은 "의료 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와 여야 입장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복잡한 정치적 지형 변화 과정 속에서 정부와 국회 현안 대응은 신중하고도 전략적 판단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하나의 강경한 반대나 투쟁 기조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단 의료계 역린인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회원 의견을 토대로 정부 의료인력 확충 방안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의원회와 충분한 소통 후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역시 불신임안 발의까지 온 상황에 대해 사과하며, 상근부회장으로 일한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의협 상근부회장 역할을 수행한 2년3개월 동안 현안 해결을 고민하며 지내왔다. 고된 시간이기도 했지만 영광이고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오늘 같은 상황을 직면하면서 제 부족함을 책망하고, 혼란을 드린 점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확대 합의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의협이 협상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현안협의체 의협 대표들이 의대 정원 확충에 합의하고 정부 의도대로 따라갔다면, 협상 당사자인 복지부 대표들 자리가 지금처럼 흔들리는 상황이 왔겠나"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회원 뜻에 충실하게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의협에 들어와 오직 복지부, 공단, 심평원 관련 실무 업무만 했다"며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이 부덕의 소치로 더욱 분발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투표 결과 이 회장은 투표 인원 189명 가운데 찬성 48명 반대 138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찬성 69명 반대 117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이상운 부회장은 찬성 60명 반대 124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도 찬성 40명 반대 127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관련기사보기

의협, 23일 임총…부회장 불신임·비대위 구성 여부 '촉각'

의협, 23일 임총…부회장 불신임·비대위 구성 여부 '촉각'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오는 23일 집행부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임시대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부회장 불신임과 현안 관련 전권이 부여되는 비대위 출범도 가능해지면서 의료계는 물론 의대 정원 등 의료현안 논의를 진행 중인 정부와 국회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17일 의장 담화문을 통해 임총 개최를 알리고 참석을 당부했다.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은 "집행부가 정부와 의료 현안에 대해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대정원 확충 논란에 대한 의혹이

의대 증원 전방위 압박…'사면초가' 의협, 임총서 스탠스 정해진다

의대 증원 전방위 압박…'사면초가' 의협, 임총서 스탠스 정해진다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 증원과 신설을 향한 사회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국회와 노조, 대학 등도 연일 의대 증원과 신설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정책 추진에 탄력을 더하는 시너지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말 임시대의원총회를 기점으로 의대정원에 대한 대정부 대응 스탠스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돼 보건의료계 이목이 모이고 있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치권은 물론 노조와 대학까지 연일 의대정원 확대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에만 이미

[수첩] 투쟁과 신뢰, 딜레마에 빠진 의사들

[수첩] 투쟁과 신뢰, 딜레마에 빠진 의사들

의료계가 밀려드는 현안 대응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는 의료계가 가장 민감한 현안인 의대정원 확대 및 의대 신설 등 의료인력 확충 정책 추진을 공언하고, 의정합의 조건인 '코로나19 안정화'가 충족되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 국회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압박을 더하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8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의협 집행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합의가 아닌, 필요성과 적절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