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학회도 인정한 '싱그릭스'‥국내 대상포진 판도 바꿀까

예방 효과 및 효과의 지속 기간 고려‥생백신보다 '싱그릭스' 우선 권고
국내 중증면역저하자에 대해서도 싱그릭스 예방 효과 기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27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감염학회도 인정했다.

학회는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recombinant zoster vaccine, RZV) 접종을 권고했다. 그리고 만 18세 이상 중증면역저하자에게도 RZV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RZV는 GSK의 '싱그릭스주'다.

학회는 기존에 사용되던 약독화 생백신(zoster vaccine live, ZVL)인 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보다 나은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학회가 싱그릭스를 우선 권고한 만큼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다.

최근 대한감염학회는 '2023년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통해 다양한 백신에 대해 소개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가 작성했다.

학회에 따르면, 대상포진 생백신(ZVL)인 조스타박스는 지난 2006년 미국 FDA에서 처음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2012년에 사용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에서 개발한 생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추가돼 2022년까지는 국내에서는 2가지 종류의 ZVL이 사용됐다.

이 ZVL의 임상시험 결과(Shingles Prevention Study, ZEST Study), 50-59세에서 69.8%, 60-69세에서 64%, 70세 이상에서 38%의 예방 효과를 보여줬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및 질병 부담을 감소시켜 주는 결과도 확인됐다.

그러나 ZVL은 접종 후 9-11년 이상 경과되면 유효성의 추정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고, 생백신의 특성 상 중증면역저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었다.

현재 이 ZVL은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돼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는 60세 이상 성인에 대해 ZVL 접종을 권고해 왔고 50-59세 성인의 경우 피접종자의 상태에 따라 임상가가 판단해 접종을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국내 대상포진의 역학, ZVL의 효과 및 지속 기간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상포진 접종에 대한 분위기는 싱그릭스의 등장으로 단번에 바뀐다.

RZV인 싱그릭스는 2015년에 3상 임상시험 결과가 NEJM을 통해 처음 공개됐고, 2017년 미국 FDA에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이 허가됐다. 

2가지 임상시험(ZOE-50, ZOE-70) 결과, 싱그릭스는 50-59세에서 96.6%, 60-69세에서 97.4%, 70세 이상에서 91.3%의 예방 효과를 보여줬다. 

RZV 2차 접종 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2차 접종 1개월 후부터 10년까지 대상포진 예방 효과는 89%로 감소 정도가 크지 않았다. 

또한 과거 ZVL을 접종받은 후 5년 이상 경과한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RZV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이전 ZVL 접종력과 상관없이 RZV의 면역반응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이상반응이나 중증이상반응 발생률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미 2018년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ACIP)는 임상시험 결과와 비용-효과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50세 이상 성인에 대해 ZVL에 비해 RZV를 우선해 접종하도록 권고했고, 이전에 ZVL 접종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RZV 접종을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ACIP는 중증 면역저하자에 대한 RZV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 자료를 추가로 검토했다. RZV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수혜자에서 68.2%, 혈액암 환자에서 87.2%, 잠재적 면역 매개 질환(potential  immune-mediated disease)를 가진 환자에서 90.5%의 예방 효과(efficacy)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CIP는 18세 이상 중증면역저하자에 대해 RZV 접종을 권고하는 지침을 추가로 제시했다.

대한감염학회는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국내 지침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우리나라에서 싱그릭스는 2021년 9월 6일 접종이 허가됐으며, 2022년 12월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싱그릭스의 국내 허가사항을 보면, 만 50세 이상의 성인 또는 만 18세 이상에서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대상포진의 위험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예: 자가조혈모세포이식자, 고형암, 혈액암, 고형장기이식 환자)이 대상이다.

학회는 "50세 이상에서 높은 예방 효능을 보여준 RZV의 임상시험 결과는 국내 인구집단에서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ZVL의 경우 50-59세에서 약 70%의 예방 효과를 보여줬으나 제한적인 장기 예방 효과로 인해 60세 이상에서 백신 접종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비해 RZV는 나은 장기 예방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50-59세에 대해서도 접종을 권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시 예방 효과 및 효과의 지속 기간을 고려해 ZVL보다 RZV를 우선해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ZVL의 경우 1회 접종이며 백신 가격이 RZV에 비해 저렴하고, 접종 후 반응원성(reactogenicity) 이상반응 발생이 RZ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ZVL도 여전히 유용한 백신으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백신 종류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ZVL 접종 권고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밖에 감염학회가 높게 인정하는 부분은 중증면역저하자에서의 효과였다.

조혈모세포이식, 고형암, 혈액암, 장기이식 등으로 인해 중증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환자의 경우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하며 대상포진의 중증도, 질병 부담도 훨씬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중증면역저하자는 대상포진 예방의 필요성은 크게 존재하나 ZVL의 경우 생백신이기 때문에 접종을 권고할 수 없었다.

이에 반해 RZV는 불활화 백신이어서 중증면역저하자에게 사용이 가능하며, 실제 중증면역저하를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임상시험이 수행돼 면역원성과 효능이 입증됐다.

실제로 면역저하자에 대한 데이터 덕분에 본래 대상포진 백신은 병·의원을 중심으로 접종이 됐지만, 싱그릭스에 대한 관심은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컸다.

사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는 대상포진 항체가 양성인 백혈병, 림프종, 골수나 림프계 침범 소견이 있는 악성 종양 환자, 선천적 또는 후천적 면역 결핍 상태 환자는 예방적으로 1년간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권고했다.

S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액암 환자들은 생백신 접종이 불가하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해 왔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장 독성의 위험이 크다. 이로 인해 약을 끊게 되면 곧바로 대상포진의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암 환자들은 상당수의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항바이러스제의 양도 많다 보니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백신 싱그릭스는 혈액암 환자와 같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도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 사백신은 체내에서 증식할 수 없어 면역저하자에게 투여해도 감염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학회는 "중증면역저하자에 대한 연구는 국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수행되지 않았으나 ZOE-50이나 ZOE-70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국내 중증면역저하자에 대해서도 RZV의 예방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만 18세 이상 중증면역저하자에게 RZV 접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과거 ZVL 접종력이 있는 사람도 5년 정도 간격을 두고 RZV를 접종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질환이나 상태가 발생한 환자, 70세 이상 고령자는 ZVL 접종 후 5년 이내라도 RZV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대상포진 과거력이 있는 환자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에 대한 면역반응이 강화돼 단기간에 대상포진이 재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상포진 재발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은 대상포진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에게 ZVL이나 RZV를 접종하는 경우 충분한 면역반응이 유도되고 예방 효과가 확인되며, 이상반응의 증가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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