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피해소송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질병관리청이 1심 패소 후 항소에 나선 것을 질타했지만, 정부는 소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소송에 대한 항소 취하 검토 시정요구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의사진행발언 형식으로 시작된 논의는 여러 의원 발언으로 오전 회의시간 내내 계속됐고, 끝내 사태를 일단락하기 위해 신동근 위원장이 잠시 정회 후 간사 간 협의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이날 해당 논의는 질병관리청 보고로 시작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 없이 수용할 경우 인과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돼, 약 560건 정도 유사 피해보상 신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해보상 신청은 5년 내에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 시에 백신 접종 기준, 금기 대상 신청 등 예방접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1심 판결을 수용하는 경우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를 무시하는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향후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 판단을 위한 2심까지는 추가 소명이 필요함을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지난 5월과 6월에 운영해서 코로나19 백신 사망사례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향후 하반기 중에 세부기준을 마련한대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또 백신 안전성 연구센터 운영을 통해 인과성 인정 질환과 관련성 의심 질환군 확대를 지속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입장 설명과 대안 제시에 나섰음에도 국회 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2심 항소에 나선 정부에 날을 세웠다.
다만 야당은 항소 취하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반면, 여당은 정부에서 피해소송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첫 발언에 나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특별한 상황에서 실제 부작용에 대해 충분하게 검증하지 못한 백신을 전 국민 건강을 위해 거의 강제로 접종하다시피 한 백신이고, 당시 현 대통령께서도 백신 피해와 관련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말을 했다"며 "그런데 책임지지 않아서 피해자분들이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고, 실제로 법원에서 1심 판결까지 났음에도 그것마저 부정하고 계속 핑계를 댄다면 어떻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전문위 판단을 번복할 수 없다고 하는데, 법원이 '인과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다, 변수가 생겼다고 본다"며 "전문위가 다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법원 판단을 존중하면 질병청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다 같이 백신을 맞았던 것에 대하면 너무 가혹한 일이다. 이제 또 백신을 맞아야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백신을 맞겠나. 못 맞는다"며 "항소는 취하하는 것이 맞다. 정부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된다. 지금 이대로라면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국민은 각자도생해야 된다"고 토로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이렇게 승소를 한 경우 대개는 2심에도 그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그러면 국가가 또 항소를 하고 또 입증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하게 하고, 또 2심에서 국가가 패소를 하면 이제 여러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왜 이것을 반복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미 작년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크게 제기됐고, 제도 개선하겠다고 얘기했음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시정 요구를 제도 개선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저로선 '굉장히 책임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거의 불가능한 승소를 한 것이다. 정부가 유도하거나 권유하거나 해서 그 길을 국민이 따라갔다면, 정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사 피해보상 신청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항소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면, 앞으로 정부 대응에 따를 국민이 있겠느냐. 피해자가 승소를 했다면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해야 하고, 항소는 안 된다는 의견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심에서 주장한 입증책임 전환이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한 법리를 정책에 반영하셔서 기준을 새로 만드셔야 될 것 같다.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고 해야 한다. 사실심 판단까지만 받겠다는 것은 제 법조 경험 상 설득력이 없는 말씀인 것 같다"며 "접종 과정을 충분히 반영한, 피해자들을 위한, 전향적인 기준을 갖고 항소 여부를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반대했던 의견도 정부가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하고, 그 이전에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며 "소송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원위원회에서도 소송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백신 피해자분들은 생업도 포기한 채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입법, 정책적인 문제란 생각이 든다"며 "일반적인 법리를 따라야 할 때도 있지만, 이 건은 일반적인 법리 범위를 벗어난 경우라고 본다. 질병청이 정부를 신뢰한 국민에게 그 신뢰에 응답해야 된다고 보여진다.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은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나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다음에 국내에도 지금부터 법을 만들던지 해서라도 국민 피해가 많이 없도록 조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여러 의원 의견이 잇따르자, 신동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전체회의를 정회하고 잠시 동안 예결산 소위원장, 여야 간사 등과 함께 협의를 진행했다.
신동근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보자면, 정부는 마치 피해자 보상을 하는게 접종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시인하는 것 같은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인과관계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며 "피해자 입장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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