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中] 인력·진료 차질에 2차 개혁까지…병원급 '첩첩산중'

신규 전문의로 채우던 인력 순환구조 차질…"수술할 의사 줄어든다"
상종 역량 한계에 중증진료체계도 악영향…리퍼 보낼 곳 없어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우려 한목소리…'솎아내기·구조조정' 평가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4-01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상급종합병원이 정부 의료개혁 강행으로 전환점을 맞으면서 그 여파는 2차병원으로 넘어왔다. 전공의가 떠난 상급종합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의료수요를 병원급 의료기관이 커버하게 되면서다. 의료계 안팎에선 '2차병원은 의료개혁 사태로 노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2차병원 의료진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시스템과 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전공의 부재는 당장 중증환자 진료체계 차질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전문의 미배출로 이어져 병원 의료인력 순환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반면 환자 증가가 실제 수익 증대로 이어졌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인데, 눈 앞에 닥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은 병원 '솎아내기'란 평가도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A 정형외과 전문의는 의료개혁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인력 체계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봉직의는 몇 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개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빈 자리엔 신규 배출 전문의를 고용해 충당하던 순환구조였다.

그러나 의료계혁 사태로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며 전문의 배출이 2년간 멈췄고, 국내 전문의 숫자는 고정됐다. 개원하며 나가는 인력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신규로 배출되는 의사가 사라지며 충당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 전문의 미배출은 고정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셈이다.

A 전문의는 "특히 외과계의 경우 수술할 의사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증환자 진료체계는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설명한다. 전공의 사직으로 대학병원 역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중증 환자는 전보다 늘었지만, 중증환자 의뢰하기는 훨씬 힘들어졌다. 리퍼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며 "중증은 원활히 돌아가야 하는데 정작 그것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종합병원 B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2차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의료개혁 사태 이전보다 바빠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문제는 환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의료체계인가다.

대학병원은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간호인력으로 메우려 하고 있지만 실상은 어려워 전과 같은 역량은 없는 상태다. 예전 역량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10 정도란 설명이다. 나머지 90은 2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B 전문의는 국민 입장에서 의료서비스 질은 저하된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직까지 단편적으로 판단하긴 모호하다"면서도 "전공의가 살다시피 하며 대응하던 것에 비해 줄긴 줄었을 거다. 야간에 급박한 순간이 발생한다면 아무래도 나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전보단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환자가 늘어난 것은 공통된 체감이지만, 의료개혁 사태로 수익이 늘었단 시각에 대해선 따져봐야 할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근무 중인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보정책위원장은 환자 수를 실제 수익으로 치환해서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병원 수익구조 핵심인 병상은 고정된 채 환자만 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규모가 커 병상가동률이 낮던 대형 종합병원이라면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은 기존에도 병상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병원을 경영하는 건 아니니 자세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2차병원은 병상 회전율과 가동률에 디폴트값이 잡혀 있어 그게 조정되지 않고선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병원급에선 병상이 늘지 않으면 수익을 늘리기 쉽지 않다. 인식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2차 실행방안은 '2차병원 솎아내기'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47곳에 연 2~3조원이 투입되나, 2차병원은 1700개 가운데 종합병원 330개 가운데 절반인 160개 정도에만 연간 8000억원을 투입하는 식이다. 반면 24시간 필수의료 진료나 중환자실 가동, 350개 이상 질환에 대한 행위 등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100병상 이하 병원은 다 도태시키겠다는 거다. 전문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요양병원 같은 재활치료 중점으로 전환하거나, 상종이나 종병 산하 아급성기 병원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아니면 모르겠다는 식"이라며 "기능 부족한 곳은 도태시키고 일부에 몰아주는, 종합병원 솎아내기 위한 계획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이다. 살아남기 위해 병원은 수익구조 변화를 모색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의료공급 왜곡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그는 "요양병원이 한참 떴다가 무너질 때도 환자 입원 브로커 등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왜곡된 행태까지 나타나는 것"이라며 "의료공급 왜곡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안배가 되지 않을 경우 지역의료 허리를 담당하는 병원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상급종합병원은 대도시에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 특성이나 그에 따른 병원 역할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인증이나 시설과 같은 서류상 기준으로만 정책을 편다면 지역의료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A 전문의는 "지역 특성과 인구분포에 따른 거점이 될 소형병원 지원을 촘촘히 해줘야 하는데, 큰병원만 하고 작은 병원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중소병원이 사라지면 지역의료는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차 실행방안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맞아떨어질 경우 정부 주도 병원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영업자에 가까운 민간병원을 정부가 구조조정한다면 일방적 방식이 아닌 출구전략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B 전문의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료시스템에 정답은 없다"면서도 "다만 영국처럼 정부가 의료 비용을 대는 게 아닌데, 자영업자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나, 이미 비가역적으로 진행돼 원상복구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정부 방침대로 3000개가 넘는 병상을 줄인 만큼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국민이 납득 가능한지'가 의료개혁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 수술과 진료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원인을 전공의 부재로 이해하고 있지만, 조 위원장은 정부 정책대로라면 전공의가 돌아와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봤다. 구조전환 사업에 따라 이전과 같은 의료이용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전공의 복귀에도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그 책임을 정부와 의료계 가운데 어디에 물을지다.

그는 "국민이 원인 제공자를 누구로 보는지가 중요하다"며 "정부라는 점을 인식하는 상황과 시스템이 마련되면 바뀌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책 결과에 따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사태를 가능한 빨리 끝내려면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문제를 빠르게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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