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모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월 취임한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과, 지난 3월 취임한 강중구 심평원장은 내과, 외과 의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의 더욱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내야 했다.
◆ 국감 시작과 동시에 정회, 이사장의 사과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을 놓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의견과,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대치됐다.
현재 윤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초음파나 MRI의 급여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건보공단으로부터 '뇌·뇌혈관 MRI 급여확대에 따른 효과 검토' 보고서를 받아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MRI 급여 확대로 질병을 조기 발견해 적기에 치료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그러나 정기석 이사장이 해당 자료에 대해 "해석에 문제가 있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의원실이 급하게 요청했기에 자료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사장의 발언에 반발한 여야 의원들의 요청으로 국정감사는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근거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 이사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감사위원이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이것을 마치 강요하는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깐의 소동은 정기석 이사장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정 이사장은 "강요라고 말한 것은 강한 요청이었다는 뜻이었으나 그 단어가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 줄 몰랐다. 자료는 정확한 데이터였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인데 그 부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여야 간 다른 평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복지위 여야 의원들의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MRI와 초음파 검사 등을 대거 급여화한 문재인케어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정책이 뇌졸중 등 각종 질병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문재인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므로 이 의원은 "한정된 재정을 포퓰리즘적으로 전 국민에게 조금씩 나눠줄 것인지, 위급환자·필수의료에 우선해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무작정 보장률만 높인다고 좋은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박의 의견도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정말로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건보 재정이 파탄이 날 수준인지를 물었고, 정기석 이사장은 "현재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의 방향이 문제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며 건보 재정 수준에 맞게 꾸준히 넓혀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급여 확대로 재정이 낭비됐는지 질병이 예방이 됐는지 논란이 있다. 현재 공단과 심평원에는 과잉 진료와 관련해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보장성 강화라는 방향은 같이 가되 과잉이 있다면 시정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연 재정 절감만이 정답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급여가 확대되면서 뇌졸중 등 조기 발견이 높아졌다는 보고서 자체가 긍정적인 근거다. 만약 문케어가 포퓰리즘 정책이라면 그에 맞는 과학적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MRI 급여 확대로 조기 발견이 늘어난 만큼 무분별한 진료를 잡은 것이라 바라봤다.
전 의원은 "역대 어느 정부도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 낭비라고 하지 않았다. 의료비 절감과 불필요한 진료를 받지 않게 하고 환자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전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 의사 출신이기에 피할 수 없는 '의대 정원' 문제
국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현재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필수의료의 낙수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시각과, 피부·미용·성형 분야의 의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의사 정원수 확대'와 관련해 오는 25일 종합감사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의원은 "상황이 이럼에도 정권이 4번 바뀌는 동안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말을 흘리자마자 의사들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국회는 국정감사에 의협 회장을 불러 의사 입장을 확인하고 의사 수 확보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필수 회장의 증인 재택은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건보공단 이사장과 심평원장 모두 의사 출신이기에 이들의 입장을 묻는 곤혹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건보공단 이사장과 심평원장 모두 필수의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정기석 이사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낙수 효과는 미미하지만 피부와 미용 쪽에 의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기반이 돼야 한다.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가 많아야 하고 의료사고 배상 제도도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중구 원장은 "증원을 하더라도 10년이 걸린다. 현재 인턴이나 학생들이 필수의료과로 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의사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할지 숫자로 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두 수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했다.
◆ 그나마 있었던 성과, '특사경'과 'DUR 의무화'
국정감사에서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얻은 성과도 있었다.
건보공단의 경우 염원하던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에 진척이 있을 전망이다.
상당한 건강보험 재정이 불법개설기관에 흘러가고 있음에도 지연되는 수사 기간, 그리고 낮은 환수율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다.
정기석 이사장은 "현재 특사경 도입은 법사위에 계류해 있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건보공단이 특사경 도입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두 의원은 필요하다면 건보공단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효율적인 조사 및 환수를 위해 공단에게는 특사경 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있는 의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2010년부터 개시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DUR)'를 의무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병용금기 등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의사 및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일 성분 약물에 대한 금지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었다. DUR 중복 팝업이 떴음에도 경고를 무시하고 처방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 처방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 향정약 처방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도 고령자의 다약제 사용을 우려하면서, 부적절한 약제 사용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다약제 사용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층의 건강과 재정 지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DUR 시스템의 의무화을 제시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공감했다. 그는 "DUR의 장점은 중복 처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기관에서 처방된 경우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과거보다 범위가 확대됐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DUR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보니 발생한 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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