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 대상 광고되는 '비만약'·'성장호르몬제'‥매년 지적해도 제자리

비만치료제 '살 빠지는 약', 성장호르몬제 '키 크는 약'으로 알려져 병의원 홍보 수단 전락
정상인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전무‥허가범위 벗어난 처방에 대한 조치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26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매년 똑같은 내용이 지적되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비만치료제와 성장호르몬제의 오·남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관계 부처는 "관리·감독에 힘쓰겠다"는 반복된 약속만 할 뿐 실질적으로 개선은 체감하기 힘든 상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같은 전문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또 언급됐다.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는 '부작용 없이 살이 빠지는 약'으로 불리며 일부 병원들에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였던 GLP-1 유사체가 비만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생긴 일이다.

개원가에서는 GLP-1 유사체가 일부 수액과 함께 패키지로 홍보되기도 했다. 또한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도 저용량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제재가 없었던 탓일까. 비만치료제가 한방병원과 한의원, 치과의원에도 납품돼 사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리라글루티드)'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방병원과 한의원, 그리고 치과의원에 다량 납품돼 왔다.

최 의원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전문의약품 처방은 불법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 비만치료제가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의 사람들에게 처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GLP-1 유사체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에서 치료제 사용은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최 의원의 지적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비만치료제에 대한 실태조사는 매년 이뤄져 왔지만 제도적 개선 방안은 미약했다"고 인정하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성장호르몬제의 오·남용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성장호르몬제는 일명 '키 크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환자가 아닌 정상인을 대상으로 처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바이오의약품은 총 24개였다. 이 제품들은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환자를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해당 24개 바이오의약품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없었으며, 소아청소년 등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장호르몬제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계속 처방되고 있었다.

2021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성장호르몬제는 전국 5761개 의료기관에 공급된 성장호르몬 의약품은 약 1066만 개였다. 이 중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고 처방된 성장호르몬제 30.7만 개를 제외한 1035만 개(97%)는 저신장증이나 기타 관련 질병이 없는 일반 소아 및 청소년들의 키 성장을 위해 비급여 처방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주 의원은 "성장호르몬제가 마치 일반 소아나 청소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광고 및 처방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성장호르몬은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허가됐다. 그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 과대 광고에 주의하도록 했으며, 모든 의약품은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의료인의 오·남용에 대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복지부와 협력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자료가 보여 주듯 비만치료제와 성장호르몬제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약이 아니다. 비만이거나 결핍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는 엄연한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들의 비양심으로 인해 국내에는 두 치료제에 대한 오남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의 양심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을 제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만치료제나 성장호르몬제가 단순히 살을 빼고 키를 키우는 약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부모들과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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