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제2, 제3의 렉라자, 정부의 적극적 지원 있어야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10-30 06:00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국산 신약인 유한양행 '렉라자'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얀센 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하는 MARIPOSA 연구의 중간결과에서 기존의 표준치료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이미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던 당시에도 업계의 기대와 관심을 받아왔다. 국내 허가 전 얀센에 기술이전이 성사됐고,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연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정말로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뒤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ESMO 2023에서의 중간결과 발표로 이러한 기대감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도 신약개발에 매진 중인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2, 제3의 렉라자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단, 수많은 후보물질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이만큼의 관심을 받는 약물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더 많은 개발단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렉라자의 사례에서처럼 개발단계에서의 기술이전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의 힘으로 개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기업이 글로벌 3상까지 완료해 직접 제품을 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기업들이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글로벌 임상3상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아직까지는 이를 감당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고, 특히 임상시험을 완료한 뒤 실패할 경우에는 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만큼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아왔다. 세제 지원은 물론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에 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펀드 조성까지 전방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러한 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통합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설치와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여 만에 관련 규정이 제정돼 내달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K-바이오·백신펀드의 경우 지난해 출범이 결정됐지만, 첫 운용사 선정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달 2호 펀드 주관사를 다시 선정해 본격적인 추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지원을 위한 핵심 정책 두 가지가 이제서야 본궤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인 임기는 이제 3년 남짓 남았다.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두 정책이 자리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제2, 제3의 렉라자는 이 두 정책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 위해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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