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생략 약제의 '불확실성' 과제‥제도 개선 고민하는 심평원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과 환자 접근성 개선 차원에서 고민 중
RWD 활용해 경제성 평가 불확실성 해소하려는 방안 제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21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체 약제가 없거나 환자 수가 적어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기 어려운 치료제는 '경제성 평가 자료 생략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평 생략 제도를 이용하는 약제가 늘어나면서, 과연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났다.

작년 신약으로 등재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전체의 87.5%가 경제성 평가 생략 약제로 평가됐다. 이를 놓고 경평 생략 제도의 남용이 국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커졌다. 

또한 경평 생략 약제는 임상 효과가 불확실함에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고, 경제성 평가를 생략했으므로 비용-효과성 역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경평 면제로 진입한 약들의 임상적 가치는 해외에서 분분하게 나눠졌다. 특히 추가적 편익이 없거나 크지 않다고 평가한 경우도 있었다.

영국 NICE, 호주 PBAC, 캐나다 CADTH의 경우, 신약에 대한 급여 결정 시 경제성 평가를 요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평가 결과가 널리 참조되는 국가다. 이들 국가는 약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100% 비용-효과(효용) 분석을 실시하거나 비용 최소화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경평 생략 약제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심평원은 올해 중 발표될 연구용역을 통해 세부 방안을 도출하고, 경평 생략 제도 개선 및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평 생략 약에 대해 우리나라도 사전에 경평계획서 제출과 심의를 진행해, 재평가 및 재조정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떤 자료를 수집할 것인지, 자료원, 자료 분석 계획 등을 사전에 결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20일 '의약품 성과기반 급여관리 방안 공청회'에서 심평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은 "2006년 의약품 선별등재제도 도입 이후 경제성 평가 자료 생략 등을 통해 많은 약제가 등재됐다. 그런데 이제 해당 약들에 대한 사후평가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해소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실장은 "올해 중 경평 생략 제도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정리가 되면, 해당 내용을 반영해 여러 가지 개선점을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평생략 약제에 대한 임상적 불확실성을 줄일 방안으로 실제임상자료(Real-World Data, 이하 RWD)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RWD는 건강보험 청구자료, 병원 진료기록, 설문조사, 시판 후 의약품 조사자료 등 급여 후 수집한 실제 환자 임상 자료를 말한다.

심평원은 비용효과성 때문에 입증 받지 못했던 의약품에 대해 RWD를 활용하면 경제성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제약업계를 비롯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RWD를 활용한 관리 체계는 접근성 향상과, 효과와 부작용 검증, 비용효과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재정 건전성 확보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의 개선이 진입 장벽을 높이는 절차가 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경평 생략 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ICER 수준이나 비교 약제 가격 수준, 과도한 경제성 평가 보완 등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오래 전부터 국내 급여 등재 과정이 너무 까다롭고, 신약을 어렵게 개발했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평 생략 약제의 불확실성으로 언급되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은 현 제도 내 해소 장치가 있다. 직접 비교 임상이 없다면 식약처에서 인정한 단일군, 2상 임상시험으로 대체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 모형 평가를 안하는 대신 A8개국 중 조정 최저가 이하, 주기적 약가 인하 및 재평가를 한다. 예상치 못하게 늘어날 수 있는 재정 영향은 예상 재정 초과 시 전액 환급을 하거나 사전/사후 승인 그리고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평 생략 제도의 사후 관리를 지금보다 어렵게 만든다고 해서 제약사들이 경평으로 바꿔 시도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평을 통한 신약 가치 반영 어려움이 지금보다 해소되지 않는 이상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는 건강 보험 등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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