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기전만 늘어나는 약가정책, 제약업계 개선 요구 이어진다

기존 인하기전에 해외약가 참조제 등 예고…R&D 위축·의약품 공급부족 등 우려
의약품 가치 반영할 수 있는 정책 필요성 제기…"R&D 재원 확보 위해 정책적 고려 필요"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11-27 06:09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정부가 계속해서 약가인하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 같은 정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고되자 제약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는 지난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도입하고, 이후 2006년에는 선별등재제도 및 사용량-약가 연동제(PVA)를 도입, 현재 약가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2년에는 약가일괄인하를 통해 동일성분 동일약가제도라는 현재의 약가제도가 확립됐다.

이같은 일괄 약가제도는 건강보험 총진료비 대비 약품비의 비중이 높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던 것으로, 10여 년이 지난 현재 총진료비 대비 약품비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2016년부터는 2년주기로 의약품 실거래가 인하제도를 도입했고, 2020년에는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진행 여부와 DMF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의 충족여부에 따라 약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요건 차등제, 20개 이상 등재 시 계단식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를 시행해 신제품에 적용했다.

그동안의 약가제도를 본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를 인하하는 정책이 계속해서 늘어나왔던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이후로도 다양한 약가인하 기전이 도입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해외약가 참조제를 비롯해 기등재 약제의 요건충족여부에 따른 재평가, 사용량-약가연동협상 개정,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처럼 약가인하가 더욱 강화되면서 제약업계에서는 불만과 함께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R&D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미 등재된 약가를 인하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향후 개발된 신약 및 개량신약 등재약가까지 인하함에 따라 미래 수익률 감소가 명확하다. 따라서 신약·개량신약 등의 개발에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는 온전히 자체 부담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R&D에 대한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의약품 자급률이 떨어지면서 의약품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의약품 자급률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약가인하 기전이 강화되면서 되레 자급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약가를 인하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약가인하 기전이 도입된다고 하니 답답하다"면서 "해외약가 참조제까지 예고되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쥐어짜기만 하니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제품의 50%는 외국보다 약가가 비싸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럼 나머지 50%는 싸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제네릭은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 제품인 반면 우리나라는 국산 제품이 많아 한국보다 이들 국가의 제네릭이 더싸다고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경제논리로 얘기하면 우리도 인도나 중국에서 사다 쓰면 되지만, 보건안보와 경제성장을 같이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로슈의 R&D 투자비가 21조 원 수준이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가 23조 원으로 비슷하다. 그런데 ADC를 만들고 CAR-T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게 정당한 비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각 나라는 산업구조도 다르고 경제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대원제약 약무팀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PBMA 브리프에 기고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정부의 약가정책'을 통해 ▲국산 신약의 가치 인정과 ▲연구개발투자/국산원료 사용 등 제약산업 발전 기여도 인정 ▲오리지널 대체 비율이 높은 제네릭 가치 인정 세 가지를 제언했다.

먼저 국산 신약의 경우 대체약제의 가격수준에 따라 취득할 수 있는 약가가 결정되는데, 제네릭을 통한 재원마련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가산제도나 환급계약 제도 확장, 약가사후관리 기전의 적용 예외 등 국산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장치가 마련되면 신약개발 투자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또한 R&D와 국산원료 사용 등을 통한 제약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 약가인하율을 보정하고, 제조소가 3개 미만으로 유지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약가인하 적용비율을 달리해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제네릭 발매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조정,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해 추가약가 인하 시 인하율 감면을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들은 "변경된 제도의 효과 및 부작용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약가인하 기전을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가중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내용과 속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수익성 악화가 명확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R&D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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