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킨슨병 치료에서 중요한 두 마리 토끼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선민 교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14 06:00

흔히 사람들이 파킨슨병에 대해 생각할 때는 몸이 느려지거나 떨리고, 경직되는 운동증상을 주로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만큼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은 다양하며, 환자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운동증상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과 경직, 안정 시 떨림, 보행장애 등이 있다.

이와 동반되는 비운동증상에는 우울, 불안, 수면장애, 기립성 저혈압, 변비, 감각기능이상, 통증 등이 있으며, 이는 운동증상 발생 이전부터 시작되어 병의 진행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특히 수면장애의 경우 수면 중 각성을 유발해 일상생활에서 환자의 피로감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기립성 저혈압은 낙상의 위험을 증가시켜 신체적 손상과 함께 기능적 장애를 초래하고 파킨슨병 환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처럼 비운동증상은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운동증상에 비해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운동증상은 요양시설 입소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파킨슨병의 치료 패러다임이 운동증상과 비운동증상을 모두 고려함과 동시에 비운동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비운동증상은 파킨슨병 치료의 최적 표준으로 여겨지는 레보도파와 같은 도파민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부가요법을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는 MAO-B 억제제(monoamine oxidase-B inhibitor)와 COMT 억제제(catechol-O-methyltransferase) 등이 활용되고 있다. 그 중 3세대 MAO-B 억제제인 에퀴피나(성분명: 사피나미드)는 도파민성과 비도파민성 신호 전달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기전을 갖는 약물로 도파민경로와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조절하고 비운동 증상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에퀴피나는 임상시험을 통해 비운동증상 중에서도 우울증 발생을 줄이고, 위약군 대비 진통제 복용량을 줄여 통증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된다. 더불어 장기 복용으로 인한 합병증을 개선해주어 기존 파킨슨병 치료의 한계를 보완한 약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비운동증상이 운동증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파킨슨병 치료에 있어서 운동증상과 비운동증상,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와 심리·운동치료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파킨슨병 비운동증상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자의 요양시설 입소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파킨슨병의 운동증상 뿐만 아니라 비운동증상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치료를 유지시킬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기고|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선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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