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치료제' 유무 중요‥ '불확실성'='희망' 접근법 신중

의료기술 가치 평가 중 '희망의 가치' 포함?‥이론적 검토나 구체적 평가 한참 부족
불확실성에 대한 선호는 다른 가치 요소들보다 더욱 다차원적이고 복잡
"이를 뒷받침하는 강건한 이론적, 실증적 근거가 먼저 마련돼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27 11:4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희망'은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모든 치료제의 효과가 확실하지 않으며, 일부 중증질환에서는 효과의 불확실성이 크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중증질환 환자들은 조기 사망과 장기 생존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는 불확실한 치료제에 잠재적 선호를 갖고 있었다.

의료기술의 가치 평가 중 '희망의 가치'를 새로운 요소로 주장하는 이들은 장기 생존 가능성을 위해 생명 단축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론적 검토나 구체적 평가 방안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

게다가 효과 불확실성에 대한 잠재적 선호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희망'과 '가치'가 포괄적으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점, 치료 전(ex-ante) 선호는 치료 후(ex-post) 선호와 다를 수 있다는 점, 다른 가치 요소와의 중복 가능성 등에 대한 이슈 등은 조율이 어려울 듯 보인다.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의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효과 불확실성에 대한 선호와 희망의 가치' 논문에 따르면, 많은 국가가 한정된 보건 의료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시 '가치 평가'를 통해 급여 여부 및 가격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는 의료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 시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이득 대비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중요한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질환의 중증도, 말기(End-of-life, EoL) 유무, 희귀질환 유무, 치료 대안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기술이 제공하는 이득은 다양할 수 있고, 개인마다 혹은 관점에 따라 그 중요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요소를 가치 평가에 포함할지는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희망의 가치(value of hope)'다. 이는 생존을 위협받는 중증질환자의 경우 단순히 평균 생존 기간을 극대화하는 치료제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그 효과 분포에도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즉, 절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은 '운 좋은 소수에 해당하기를 희망하며' 효과가 작지만 확실한 치료제보다 효과 편차가 크고 불확실한 치료제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의 생명 연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치료제다.

말기 암 치료에 있어 희망은 완치나 생명 연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일상에서 목적 의식과 의미를 갖고 생활하는 것, 신체적 고통을 통제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선호는 다른 가치 요소들보다 더욱 다차원적이고 복잡하다.

가천대학교 의료산업경영학과 홍지형 교수는 "현행 의료기술평가에서는 치료 대안의 평균 효과와 평균 비용을 위주로 평가하는데, 이들은 크면 클수록 또는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선호의 방향성에 일관성이 있다. 반면 효과가 불확실한 치료제에 대한 선호는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새로운 가치 요소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평가에 고려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홍 교수는 효과 불확실성에 대한 잠재적 선호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개발하고, 이에 부합하는 측정 방식이 제시되는 것이 먼저라고 꼽았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의료기술 평가 시 의료기술의 '혁신성'도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장기 생존 가능성'을 혁신이라 여긴다면 이 개념도 '희망의 가치'와 중복될 수 있다.

홍 교수는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 희망은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의료기술 평가에서 희망의 가치를 고려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떠한 새로운 요소를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강건한 이론적, 실증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 관점에 기반해 가치 요소를 설정하고 사회구성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의료 재원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이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돼야 할 사안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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