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적정성 향상이란 중대한 목표‥'평가 대상' 확대 예정

수혈 적정성평가, '평가 대상' 합리적으로 확대해야‥고관절·대퇴골·철결핍성빈혈·백혈병 제안
적정성평가에 대한 대국민 홍보, 행정적 업무 과다 해소, 인센티브 마련 등도 주요 과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4-01-06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인구 고령화, 암, 중증질환 증가로 인해 혈액제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주 헌혈 인구인 10~20대는 감소 추세로 혈액 공급의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심한 혈액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수혈에 대한 예방 노력이 요구된다.

불필요한 수혈은 혈액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문제를 넘어 환자에게 치명적인 동종면역이나 수혈 감염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환자의 의료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공급 혈액의 안전성에 집중돼 온 국내 혈액관리정책을 의료기관에서의 환자혈액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 적정성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혈 적정성평가는 2020년 1차 평가 이후, 2023년 3월부터 2차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1차 평가에는 슬관절치환술, 2차 평가에는 슬관절치환술에 척추고정술이 추가됐다.

그런데 향후 수혈 적정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평가 대상'을 합리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 의료진의 이해도 향상과 행정적 업무 과다 해소, 인센티브 마련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적정성 평가 대상확대 로드맵 연구'에 따르면, 수혈로 인한 간염, AIDS, 말라리아 등 수혈 전파성 질환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혈액제제의 오남용, 부적절한 관리 등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로 제공되고 있는 수혈에 대한 전반적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소중한 혈액제제를 보다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적정성평가가 시작됐다.

1차, 2차 수혈 적정성평가는 실행 평가지표(적정성 평가등급 산정에 반영되는 지표) ▲수혈체크리스트 보유 유무 ▲비예기항체선별검사 실시율 ▲수혈 전 혈액검사에 따른 수혈률 ▲수술환자 수혈률 4가지가 선정됐다.

모니터링 평가지표(적정성 평가등급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 지표)는 ▲수혈관리 수행률 ▲수술 전 빈혈교정률 ▲한 단위 수혈률 ▲수혈량 지표로 4가지다.

2020년 시행한 1차 수혈 적정성평가를 통해 우리나라는 적정성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평가 대상 수술이었던 슬관절치환술의 수혈률도 62.1%에서 41.0% 크게 감소했다.

2022년~2023년 2차 수혈 적정성평가에는 척추고정술이 추가됐으나 평가지표엔 변화가 없었고, 슬관절치환술과 같은 수혈률 감소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구팀 조사 결과, 적정수혈에 대한 의료 현장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수혈 적정성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의료진의 관심과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의료진, 환자 및 보호자, 국민 대중이 적정수혈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꾸준한 홍보 활동을 권고했다.

수혈 적정성 평가지표의 타당성 및 객관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평가지표는 조사원의 의무기록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비용효과성을 위해 심평원의 청구자료를 통계적으로 수집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평가지표가 수혈 적정성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있는지 검토해 지속적으로 보완 및 개선 작업을 지시했다.

예를 들어 '한 단위 수혈률'은 적정수혈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로 인정되지만 1, 2차 심평원 평가에서 비용효과성을 위해 청구자료를 이용하도록 정의하고 있어 지표 타당성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수혈 체크리스트 보유 유무'는 1, 2차 평가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서 충족하게 될 것이므로 이후에는 '수혈체크리스트 자체의 적절성' 및 '수혈체크리스트의 작성률'에 대한 평가로 변경하는 것이 제안됐다.

수술환자 수혈률은 '(수술 및 상병별) 수혈률'로 변경해 수술 뿐 아니라 내과적 상병에 대한 수혈률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혈 전 혈액검사에 따른 수혈률도 '(수술 및 상병별) 적정수혈률'로 명칭 변경이 고안됐다.

또한 기존 모니터링 평가지표를 실행 평가지표로 변경하거나, 반대로 실행 평가지표를 모니터링 평가지표로 변경하는 것도 제시됐다.

평가 대상 확대 부분에서는 고관절 수술, 사지골절정복술(대퇴골), 철결핍성빈혈, 급성골수성백혈병 등이 제안됐다.

이외에 연구팀은 수혈 적정성평가의 행정적 업무 과다를 해소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각종 적정성평가 준비에 많은 행정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어, 새로운 평가가 추가될 때 커다란 부담감을 호소했다.

다행히 심평원 수혈 적정성평가는 2021년부터 시작됐고, 2019년 12월 혈액관리법 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은 수혈관리위원회와 수혈관리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혈관리실 근무 인력 및 전담 인력을 수혈 적정성평가 준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이들 인력에 부담하는 비용에 대한 보상 기전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혈 적정성평가 제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혈 적정성평가 제도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 평가 결과에 의한 가감지급이나 보건의료제도 운영에 활용하는 등의 실제적인 인센티브가 미흡하다.

연구팀은 "평가결과에 대한 가감지급이 검토돼야 한다. 실제적인 인센티브를 위해 활용 가능한 기존 보건의료제도는 의료질평가지원금과 혈액관리료가 있다"고 말했다.

단, 연구팀은 "기존 제도 활용에 앞서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을 위한 평가지표에 수혈 관련 지표를 추가하고 혈액관리료 수가 기준에 수혈적정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 외에도 수혈 적정성 향상으로 감소된 수혈량 만큼 보상되는 인센티브 신설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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