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약 "약 배송 법안, 공천 위해 쓰일 주제 아니다"

실천하는약사회, 조명희 의원 약 배송 법안 추진 관련 성명서 발표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2-18 12:57

실천하는약사회(이하 실천약)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약 배송 추진에 대한 언급에 이어 조명희 국회의원이 준비 중이라고 알려진 약 배송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1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실천약은 "조명희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는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감이 있었는지 아니면 공천을 받기 위한 선거용 법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이든 후자이든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은 국회의원 공천을 위해 쓰일만큼 가볍고 우스운 주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실천하는 약사회 측 주장에 대해 조명희 의원실 측은 "해당 법안은 공천 면접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공식 발의된 것도 아니고 준비 단계에서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명희 의원실 관계자는 "공천 면접관들이 법안 내용을 아는 것도 아니고, 면접 때 관련 질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통상적인 법안 준비 단계였을 뿐, 현재 대표발의가 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비대면 진료가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배송 문제와 관련해 약사법 개정이 안 되니 제대로 시행이 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상징적인 의미로 준비했던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음은 실천약의 성명서 전문이다. 

약 배송이 공천용 쑈로 쓰일만큼 우스운 주제인가?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7차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강행 신호를 보내자마자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약 배송에 관련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약사법 24조 4항 중 ‘구두’ 부분을 ‘구두(원격통신장치에 의한 방법을 포함한다)’로 개정하여 원격 복약지도를 가능하게 만들고, 약사법 50조 1항에 예외 조항을 추가하여 대면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 및 방법에 의해 교부된 처방전에 따라 조제의약품을 배송하거나, 일반의약품을 환자에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기사가 나온 다음날 조명희 의원은 대구 동구을지역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국민의힘 공천면접에 참여하였다. 

그간 약사사회는 코로나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그리고 심각 단계 이후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의 문제에 대해 약의 전문가로서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어 실천하는약사회 일동은 심각한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한다.

비대면진료는 의료취약지나 의료취약계층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조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이미 현재의 비대면진료는 그 본 목적은 잃어버린 채 플랫폼들의 돈벌이 수단, 탈모·여드름약 등 비급여 의약품을 편하게 처방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아가 약 배송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예로 여드름약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이소티논은 임산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복용할 경우 기형아 출산, 자연유산 등을 일으킬 수 있어 FDA 카테고리 중 X에 해당하는 금기등급이며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위해성관리계획(RMP; Risk Management Plan) 대상 제제로 지정되어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약물이다. 이런 위험성이 높은 의약품을 약사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비대면진료 제한 약물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비대면진료에서 여드름약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이 국민 건강권과는 무관한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일 뿐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의약품은 실온에 보관하여야 하며, 여름철 택배 등 고온 다습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의약품이 변질될 수 있음을 연구결과를 통해 제시하였으나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논하기는 커녕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전달 미비 · 의약품 도난 · 처방전 위변조 · 성분명 처방 등에 대한 해결책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근거중심의 합리적 사고가 중심이 되어야할 과학자 출신의 국회의원이 근거도 빈약하고 반론의 여지가 많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본인의 뿌리와 정체성 마저 외면하는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조명희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는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감이 있었는지 아니면 공천을 받기 위한 선거용 법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이든 후자이든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은 국회의원 공천을 위해 쓰일만큼 가볍고 우스운 주제가 아니다. 조명희 의원은 당장 법안 발의 준비를 멈추고 자숙하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국민의 보건향상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현재 문제점 투성이에 기형적인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기업의 경제적 논리가 아닌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전문가 단체와 함께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4년 2월 18일
실천하는약사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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