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업무 공백, 임상시험까지 여파 미쳤다

의대 교수들 비상근무에 기존·신규 임상까지 차질 불가피 
25일 교수 사직 현실화되면 임상도 사실상 '멈춤' 예고   
전공의 사직 장기화 탓…3월 다국적제약 임상승인 건수 65% 감소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3-20 06:09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로 인해 국내 신약 임상시험 진행에도 불똥이 튀었다.

실제 임상시험을 수행할 상급종합병원들이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가면서 그 동력을 잃은 탓이다.

20일 의료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실시하는 임상시험 진행마저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타격을 크게 받는 곳은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희귀질환이나 중증질환 위주 신약을 개발하는 이들 기업 특성상 해당 환자들이 몰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급종합병원들은 기존 임상뿐만 아니라 신규 임상은 엄두조차 못 내는 실정.

주로 전공의가 담당하던 시험 대상자 분류나 관찰 기록 등에 있어 업무 공백이 생겨 버리면서다. 

전문과 교수들도 주간 스케줄이 연구보다는 환자 진료 중심으로 짜이면서 임상에 시간을 투자할 여력도 사라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25일부터 예고된 전국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면, 모든 임상시험 진행이 사실상 ‘멈춤’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신규 임상인 경우 파장은 더욱 크다.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해당 교수가 병원 내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를 열고 안전성을 심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IRB 개최는 각 병원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한 달에 두 번씩 개최된다. 문제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마저 장기화된다면 IRB 조차 파행될 우려가 있다. 즉, 신규 임상승인이 지연되는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벌써 이달부터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가 의뢰한 신규 임상승인 건수는 확연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면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정보검색 현황에 따르면, 3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뢰한 신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총 13건이다. 

지난 1월(34건)과 2월(37건) 다국적 제약사가 의뢰해 신규승인 된 임상시험 건수에 비하면 약 65%나 감소한 셈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상황. 3월 바이오벤처 의뢰로 신규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은 단 3건에 그친다. 1월 9건, 2월 6건과 비교하면 상당 부분 감소한 수치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신규 임상이 승인을 받더라도 어떤 질환이냐에 따라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까지 기간을 두고 참여자 모집을 진행한다"면서 "전체 진행기간을 따져볼 때 신규 임상이라고 해서 크게 지연되진 않겠지만, 일부 새롭게 신청하는 임상의 경우 병목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업계 B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비상의료체계에 들어가면서 마음이 바빠진 부서는 임상연구부서일 것"이라며 "글로벌 임상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 평균 연간 10건에서 15건의 국내 임상을 수행해야 하는데 자칫 타임 스케줄이 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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