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정갈등이 의대 교수 사직으로 이어지게 됐다. 현장에 남은 교수들은 정부 말처럼 한꺼번에 사직서가 쏟아지고 병원이 마비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단 '교수 사직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메디파나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현장에서 일시에 쏟아질 사직서에 대한 우려는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A교수는 일부 우려처럼 대규모 의대 교수 이탈로 인한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도 있지만, 전체 교수 의지는 아니다"라며 "한꺼번에 사직서가 쏟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괄적인 교수 사직 없이도 의료공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다. 정부 태도로 봐선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없는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1년은 날린다는 생각이다. 전공의 대다수는 돌아오지 않고 그만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태가 최악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병원도 큰 피해를 입을 것 같다. 최악까지 생각하고 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B교수는 교수 사직은 규모가 아닌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교수들은 몇 안 되는 인원으로 병원 특정 진료 분야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직이 갖는 무게가 다르다는 것. 당장 대규모 사직이 없더라도 사직이 시작되는 자체가 가져올 영향이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B 교수는 "이미 체력적·정신적으로 한계 상황을 버티는 교수님들이 많다"며 "누군가 사직해 그 역치를 건드리면 버틸 수 없다. 환자를 우선해 버티던 분들도 영향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교수는 A교수와 같이 기대를 접게 되는 점도 상황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환자는 어떻게 하냐'는 마음에 어떻게든 버티며 당장 나가진 않고 있지만, 두 달 넘게 고착된 상황에 '우리가 바꿀 수 있다'던 희망을 놓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교수 사직과 관련된 정부 대응과 발언은 오히려 진짜 사직할 여지를 주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 시점 교수 사직은 정부 각성을 바라는 마음보다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이유가 큰데, 영향이 없다거나 법적으로 못한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고 강압적 대응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B 교수는 "실제 사직서를 냈어도 당장 떠나겠단 의견이 지배적이진 않지만, 지금 같은 정부 발언과 대응이 이어지면 어떤 결단을 하는 분들 많아질 것 같은 분위기"라며 "분위기가 형성되면 적극적 움직임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C교수는 정부에 반발한 25일 대규모 사직이 아닌 '진짜 사직'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교수는 최근 모임에서 만난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 2명이 사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책 반대가 아닌 체력적·정신적 한계가 이유다. 대학병원을 찾는 경증환자는 줄었지만, 중증환자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전공의 없이 버티다 한계에 다다른 것. C교수는 "중증환자도 보고 연구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남아있던 마음이 사태 해결 기미가 없자 꺾인 것"이라며 "체력적 한계가 오는데 급여나 근무환경이 더 좋은 인근 병원으로 이직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된다면 지역 병원이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수도권보다 비교적 적은 의료진으로 전공의가 없는 상황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더 좋은 근무여건과 환경으로 떠난 교수들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에게도 지역·필수의료 기피가 학습된다는 것이다.
C교수는 "버티다 버티다 하는 사직이 두 달쯤 되니 정말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매번 강조하는 지역·필수의료를 제일 짓밟고 있는 게 의대정원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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