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는 환자가 죽거나 말거나 병원 몇 군데가 망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동한다. 우리만 그 환자들 지키겠다고 지난 3개월 동안 헛고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수도권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A 교수 토로다.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인 20일, A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다 포기한 상태'라고 병원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공의 복귀는 없을 거란 인식이 자리잡은 상태란 설명이다.
그렇다고 전공의 미복귀를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보자'는 인식이 자리한 것도 아니다. 그저 도저히 희망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란 것.
실제 A 교수 소속 병원 마취과 전문의 한 명은 이미 사직 의사를 밝히고 이번주까지만 근무한다. 오늘도 다른 전문의 한 명이 또 사직 의사를 밝혔다. A 교수는 "우리 병원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정말 포기하는 분위기"라며 "이제 한명씩 다들 떠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서울고등법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이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희망을 가질만한 게 없어 거기라도 걸었는데, 이제 그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B 교수도 무력감과 좌절감이 현장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전공의 복귀는 요원하다는 게 의료현장 전반 인식이란 설명이다. 결국 정부 정책에 반발해 단체로 모은, 언론을 통해 주목받은 사직서가 아니라 개인 단위 사직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실제 B 교수 소속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한명씩 사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B 교수에 따르면 인근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두 명이 동시에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병원은 마취과 인력 부족으로 계획된 수술만 하고 응급수술은 못하는 상황이다.
B 교수는 환자 피해는 실제로 발생하고 있지만 언론을 통해 조명되기 어려울 뿐이란 점도 설명했다. B 교수는 최근 무릎을 다친 초등학생 여아 환자를 받아 상처를 봉합했다. 환자를 본 B 교수 판단엔 상처가 깊긴 해도 봉합할만 했지만, 소아외상이란 설명에 병원을 찾지 못해 충청 지역에서 경기도까지 올라온 것.
오늘 새벽 B 교수가 본 정신과 환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이내 호흡과 혈압이 떨어져 기도삽관 처치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단 응급 환자로 변하기도 했다. 보호자는 자살 목적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알고 환자 상태를 설명했지만, 이후 소변검사에선 삼환계항우울제(TCA) 약물이 검출된 사례다.
B 교수는 "만약 오늘 본 정신과 환자도 소아외상이란 이유로 충청도에서 경기도까지 올라온 여아 환자처럼 병원을 전전했다면 도중에 죽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환자가 전국에 없겠나. 알려지지 않아 체감하지 못할 뿐이지 환자 피해는 실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직구 KC 규제 문제는 3일 만에 철회하고 사과하던데, 그것도 사람이 죽는 문제냐"라며 "의료계가 안정적이라는 정부 인식은 의사가 아니라 국민 고통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과 C 교수는 신체보단 정신적·심리적 한계에 봉착한 측면이 크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장기화를 대비해 업무 조정을 많이 한 만큼 신체적으론 버티지만,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에 암담함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C 교수는 사태가 이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국 병원이 쓰러지고 의사가 떠나는 현상이 확인되고 나서야 정부 무모함이 드러나고 중단과 수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결국 내년부터 소위 필수의료 전공의 모집은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심각한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며 "2~3년 뒤 의료체계 붕괴에 가까운 상황을 겪고서야 수습이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C 교수도 인근 병원 마취과 전문의 이탈이 진료와 수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마취과 의료진 이탈이 제일 크다고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현업을 떠나겠단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대학에 뭐 하러 있나 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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