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손에 탄생한 담도암 최장기 임상 '임핀지'

[너의 약력(藥力)은⑪] 임핀지 편
임핀지, 소외암 중심 치료 환경 혁신 이어나가
담도암 3년 장기 생존 입증으로 표준요법 공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6-07 11:58

 
약력(略歷)은 사전적 의미로 '간략하게 적은 이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께선 약력(藥力)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실제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 개발된 약은 유효성·안전성, 임상연구, 마케팅 전략 등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力)'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너의 약력(藥力)은' 코너에서는 스테디셀러 약부터 신약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 받은 치료제들의 약력(略歷)을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영어로도 약력은 'Resume'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그러한 의미를 살려 자기소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저는 혁신에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항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입니다. 저는 항암제 명가인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된 치료제예요. 오랜 기간 치료 옵션이 정체됐던 소외암을 중심으로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죠.

20년 넘게 치료 옵션이 없었던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에 이어 최근에는 10년 동안 화학항암제 외에 대안이 없었던 담도암에 도전해 혁신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요즘 활약 중인 담도암에서 일궈낸 성과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약력 하나, 담도암 표준치료 올라선 최초 면역항암제 

담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예후가 암담한 거 다들 아시죠?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진단법도, 생존 기간을 연장해줄 수 있는 치료제도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같은 소화기암인 위암이나 대장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생존하는 동안, 담도암은 반대로 7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절제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단 7개월에 그치고 있어요. 

유독 암담한 담도암 생존율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의료진(서울대병원 오도연 교수)이 중심이 돼 저와 담도암 기존 표준요법이었던 화학항암제(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TOPAZ-1)이 진행됐어요. 

국내 의료진이 임상을 주도한 덕분에 글로벌 임상임에도 아시아 환자의 참여 비율이 절반 이상, 이 중 한국인 환자는 무려 120명이 포함됐어요. 연구 결과, 저는 여러 항암제들이 실패했던 기존 표준요법 대비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해 담도암 최초의 면역항암제가 됐습니다.

임상을 통해 저는 기존 요법 대비 2년 시점에 전체 생존율(OS)을 2배 이상 개선을 확인해, 담도암 환자 4명 중 1명은 2년 생존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24.9% vs 10.4%). 

뿐만 아니라 담도암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OS와 함께 항암제 주요 평가지표로 꼽히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하는 성과도 세웠어요. 

12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다보니 제가 FDA에서 담도암 적응증을 받기도 전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는 저를 담도암 1차 표준치료로 권고하기도 했답니다.
약력 둘, 담도암 3년 장기 생존효과 최초 입증

저는 최초의 담도암 면역항암제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면역항암제를 넘어 담도암 치료제 중에서도 최초라는 혁신을 남기고 싶어 임상을 지속했고, 담도암 치료제 중 최초로 3년 OS를 발표했습니다.  

3년 OS를 확인한 TOPAZ-1 후속 연구에서 저의 OS는 기존 표준요법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14.9% vs 6.9%) 또한 치료 3년 이상 시점(추적관찰 중앙값 41.3개월)에 기존 표준요법 대비 사망 위험은 26% 감소시켰는데요. 

2년 시점에 확인했던 사망 위험 감소율(20%) 보다 더 늘어나 치료가 길어질수록 제가 담도암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치료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항암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면역항암제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죠.  

약력 셋, 화학요법 병용에 따른 부작용 부담 줄여

대다수의 담도암 환자들이 고령 환자인 점을 고려하여 저는 좀 더 안전한 치료 방법으로 설계되었어요. 저와 함께 병용하는 화학항암제 투여는 8 사이클만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저만 단독으로 투여하는 것으로요.

단독으로 진행해도 저는 치료 효과는 여전히 유지하면서, 화학항암제로 인한 부작용 위험을 줄였어요.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도 낮췄고요. 

실제로도 담도암 환자들이 초반에 화학항암제 병용치료 과정에서 겪었던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들이 저만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회복이 되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국내 담도암 치료서 임핀지 널리 쓰이는 그 날까지 

이처럼 저는 10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담도암 치료 환경을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아직 국내 담도암 환자들은 저를 쉽게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급여를 받지 못 했거든요. 

국내 담도암 환자의 사망률은 세계 1위일 정도로 특히 예후가 안 좋은 상황인데요.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이 급여가 된 이후 12년 간 담도암에서 급여 적용된 치료제는 단 1개도 없었고 이렇다 보니 생존율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폐암이나 유방암에서 다수의 치료제가 보험급여 되면서 생존율 개선이 되었는데 말이죠. 저는 그동안 소외되어온 우리나라 담도암 치료 성적을 향상하기 위한 도전도 계속 해 나갈 예정입니다. 

하루 빨리 국내 담도암 환자들이 저를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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