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평생관리 필요한 질환…사회적 낙인 걷어낼 때"

[인터뷰]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미하나클리닉 대표원장)
비만 잘 관리하면 16조원 달하는 사회경제적 손실 줄여
비만 치료서 중요한 건 유지요법…질병이란 인식 갖고 잘 수행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6-13 11:57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진 비만. 비만은 체지방의 과잉 축적으로 인한 만성질환 상태를 말한다. 이에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단순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넘어 다양한 동반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까지도 저조하다. 질환이라고 인식하기보단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고자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최적의 임상연구와 비만 인식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미하나클리닉 대표원장, 사진)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비만 역시 지속치료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비만 치료가 잘 이뤄지기만 해도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뇌졸증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은 꼭 치료해야 하는 질병인 만큼, 의료인이 전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학회는 비만치료에 대한 개원의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민정 이사장과 일문일답이다. 

Q. 비만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가정의학과 수련을 하는 동안 지도교수인 박혜순 교수님을 통해 자연스레 많이 배우게 됐다. 교수님이 워낙 비만 전문가였다. 

그러다 2010년 개원 현장에서 초고도 비만인 한 환자를 보게 됐다. 그 분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관절염 등 온갖 동반질환을 다 갖고 계셨다. 또 시각장애인이다 보니까 운동 처방도 쉽지 않았다. 

막연히 학문상 질병이 아닌 비만은 사회적으로도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그 때부터 비만 치료에 매진하게 됐다.   

Q. 세계비만학회에 따르면 2035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한다고 한다. 질환으로서 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암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그 중 성인병과 관련이 깊은데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가 1400만명, 고혈압 1100만명, 고지혈증 1000만명 정도다. 살이 쪄서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이 독이되어 당뇨병,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암 등에 영향을 미친다. 

Q. 체중 증가로 초래되는 동반질환은 무엇이며, 왜 위험한지 설명 부탁드린다. 

- 비만인 경우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담낭질환,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암 등과 같이 대사적 이상에 의한 질환과 골관절염, 요통,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이 과도한 체중에 의한 질환을 동반할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육체적인 부분 외에도 정신적인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BMI가 높을수록 우울증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발표회 자료를 보면, 19~39세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비만하지 않은 사람을 1로 보았을 때, 비만한 사람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1.64로 나타났다.

Q. 비만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 외에 사회 전반적으로 어떠한 간접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가.

- 비만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비용이 2021년 기준 약 16조원으로 추산됐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주요 요인으로서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의 증가, 나아가 진료비를 급증시키는 원인이 된다. 계속해서 비만인구가 늘어난다면 비만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으로 인해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와 의료비 부담 증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또한 소득수준과 비만유병률은 반비례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들은 정상 몸무게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의료비를 더 많이 지출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비만유병률이 높은 소외계층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비만을 방치하고 이로 인해 당뇨병,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뇌졸증 등 성인병으로 이어져 병원비가 더욱 많이 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Q. 최근 GLP-1 수용체 작용제(Receptor Agonist)라는 새로운 비만 치료 물질이 등장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한다면. 

- 언론에서 비만 치료에 있어 '게임 체인저'라 평가 하는데 일부 동의한다. 자기 체중의 5%만 감량돼도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16~24%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논문을 통해 심혈관 계통에 대한 보호 효과가 추가로 입증되지 않았나. GLP-1이 식욕과 관련한 중추신경에도 작용을 하긴 하지만, 심장 질환에도 좋은 걸로 봐선 어마어마한 물질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GLP-1에 대한 연구를 하려 한다. 글로벌 공급 부족 때문에 위고비나 젭바운드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우리 학회는 올해 춘계·추계 학술대회 주요 세션으로 GLP-1 아고니스트 섹션을 마련했다.

여러 글로벌 빅마파에서 GLP-1 작용제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만큼, 더욱 개선된 GLP-1 제제들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Q.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지난해 '비만전문 인증의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지향점은.

- 비만전문인증의 제도의 목적은 첫째, 비만치료에 대한 개원의의 전문성을 강화한다. 비만진료는 다른 질환과는 달리 개원가에서 70~80%를 치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원가 정통 비만학회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다. 

둘째, 신뢰성 안전성 제고로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인증과정을 거친 의사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환자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자유로운 비만진료’를 위해서다. 여러 접근법과 혁신이 어우러져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비만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비만을 치료해야하는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분에서 시작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다이어트시장이 10조원에 이른다. 이 중 의료 영역이 2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건강기능식품이나 헬스클럽 등 비의료인에게 맡겨져 있는데, 꼭 치료해야 하는 질병인 비만을 의료인이 전문적으로 치료해야한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고, 이어 전문적인 치료를 위한 의료인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만신약 이슈로 비만 진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만을 새롭게 시작하는 의료인들에게 비만의 이론과 임상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인증의교육은 지난해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2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기에는 약 150여명의 인증의를 배출했으며 2기 1차 교육 100여명의 인원이 교육을 수강했다. 단순히 인증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비만치료에 대해 접할 수 없었던 부분들까지 전반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 비만은 초기 감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지요법이 중요한 만성질환이다. 살이 빠지면 우리 신체는 음식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몸으로 바뀐다. 그래서 적은 음식 섭취에도 금방 찌게 된다. 

그럼 환자들은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되냐"라고 묻는데 "결론은 평생 치료해야 한다"다. 우리가 당뇨나 고혈압을 평생 치료하는 것처럼 비만 역시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체중의 10%를 빼서 1년 유지하거나 5% 빼서 2년 유지하는 식의 유지요법을 잘 수행하면, 요요뿐만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유발률도 확연히 줄어든다. 환자들도 이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비만은 우리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게을러서 그렇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을 거두고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비만은 하나의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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