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령그룹이 계열사와 본사 사옥을 연달아 매각하면서 한꺼번에 4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단기간 새 수천억대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향후 대규모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갈지 주목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그룹은 전날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인 보령빌딩을 한국토지신탁 '케이원 제26호 리츠'에 매각했다. 매각-인수 비용은 1315억원이었다.
보령빌딩은 1994년 지어진 이후 보령그룹 성장에 기반이 됐다. 현재도 보령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이 보령빌딩에 입주해있다.
이같은 사옥을 30년 만에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보령그룹에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지난달 이뤄진 보령바이오파마 매매 계약 합의도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는 지난달 27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경영권 지분을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본 계약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 계약까지 성사되면 보령그룹은 3200억원을 유용 가능한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백신 제조·판매를 주 사업목적으로 해 설립된 계열사로,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보령그룹 성장에 기여해왔다.
매출 성장세와 함께 영업이익 면에서도 매해 100억원 내지 200억원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를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대규모 자금이 요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령그룹, 경영승계 완료 위해선 지분 상속 위한 세금 필요
보령그룹은 현재 오너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보령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최대주주는 오너 2세인 김은선 회장으로, 44.93%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는 보령홀딩스 지분 22.6%을 보유 중이다.
보령은 현재 오너 2세에서 3세로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로 김정균 대표는 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를 비롯해 사업회사인 보령에서도 대표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어 경영승계를 온전히 완료하기 위해선 회사 주식 승계까지 해결해야 한다.
만일 김은선 회장이 보유 지분을 대거 김정균 대표에게 승계할 경우, 김정균 대표는 지분 승계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세금을 납부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매각을 앞둔 보령바이오파마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대표 개인 회사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이 완료되면, 해당 자금은 김정균 대표가 부담해야 할 세금 납부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연 매출 1조원 달성 향한 투자 확대 요구돼
보령은 2022년에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2026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중장기 사업목표'를 구체화한 바 있다. 당시 5개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꼽은 것이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다.
LBA 전략은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돼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갖춘 오리지널 특허만료 의약품을 확보하는 것으로, 현재는 보령 성장에 기반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2020년 항암제 '젬자', 2021년 조현병치료제 '자이프렉사', 2022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 등을 인수하면서 소요된 자금은 17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이번 매각 2건을 통한 자금 확보는 향후 보령이 오리지널 특허만료 의약품을 도입·확보해 LBA 사업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외에 보령이 우주산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사항이다.
보령은 올해 1월 미국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업체 액시엄스페이스와 브랙스스페이스(BRAX SPACE)로 명명된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보령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이 회사를 통해 우주정거장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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