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담합 무죄 판결…"NIP 낙찰 구조적 문제 개선돼야"

2심 재판부 "공정성 해칠 고의가 있었음 증명되지 않아"
1심 유죄·과징금 부과 판결 뒤짚혀
공정위 취소 소송에도 영향 관심
"공급확약서 필요·들러리업체 관행 등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장봄이 기자 (bom2@medipana.com)2024-07-29 05:59

[메디파나뉴스 = 장봄이 기자]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담합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제약·유통 업체들이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애당초 자율경쟁 구조가 아니었던 만큼 '들러리 업체'를 내세운 것에 대해 경쟁을 제한할 의도가 있지는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공급확약서 낙찰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보령바이오파마·SK디스커버리·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애초에 NIP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 경쟁을 통한 가격 형성이 전제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낙찰가에 영향을 미쳐 공정성을 해칠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도 촉박한 NIP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동 판매사 측에 빠른 낙찰을 압박했고, 들러리 업체를 세워서라도 입찰을 마무리하라는 의사를 가감 없이 표시했다"며 "공동 판매사들은 이런 배경에서 빠른 낙찰을 통한 NIP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입찰은 공급확약서를 제출해야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공동판매사가 아닌 제3의 업체가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공급확약서를 받은 공동 판매사와 다른 업체들 간에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사안과 관련해 특정 업체들의 문제가 아닌, 들러리 업체 관행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공급확약서를 받은 업체가 입찰되는 만큼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입찰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공급확약서는 백신을 제조하는 회사가 해당 회사에 백신 공급을 약속하는 증표를 말한다. 백신 낙찰을 받더라도 사실상 공급확약서가 없으면 백신을 공급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무엇보다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담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이 압박했다는 배경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입찰 경쟁에서 만연했던 관행임에도 이를 제약·유통업체에 떠넘겨 사법 리스크 등 오히려 부담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제약·유통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32개 백신 관련 업체들에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과징금 총 409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에 반발해 같은해 10월 취소소송을 냈다. 

공정위는 낙찰 예정자가 들러리를 섭외해 의도한 입찰 담합을 진행했다고 봤다. 이번 사건과 같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2심 결과가 공정위 취소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녹십자 등은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짬짜미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나온 1심 에서는 이들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전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녹십자 등 제약사 6곳에 벌금 3000만~7000만원, 회사 임직원 7명에게는 300만~500만원 벌금형이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입찰 참가자 간 경쟁을 통해 낮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차단됐고 새 경쟁업체가 출현할 기회도 없어졌다. 입찰방해 행위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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