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 인식에 정치권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비판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의료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며 대통령과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29일 윤 대통령 국정브리핑에 대해 야당에선 비판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민생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 불안과 고통에 대해선 한 마디 사과도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불통과 독선, 오기만 재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 대한 인식은 참담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의료붕괴로 전국이 비상인데 비상응급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지적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은 대통령 인식이 국민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만 확인시켜 줬다"며 "불통과 독선으로 점철된 기자회견은 국민 분노와 심판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독선을 비판했다. 의대 증원을 2026년으로 유예하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제안을 대통령실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노 원내대변인은 전공의 90% 이상이 의료현장을 떠났고 반년 동안 누적된 업무 강도도 응급실 운영 축소가 이어지지만 윤 대통령은 '격노'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료현장은 공백을 넘어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고, 지난 27일엔 병원 4곳을 돌면서도 의사를 찾지 못해 임산부가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의대생 역시 동맹 휴학 여파로 유급이 불가피하고, 이대로 증원이 이뤄진다면 내년 의대 강의실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유급생과 신입생이 뒤엉키지만 교육 시설과 교수진을 확충할 시간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 부르짖지만 계획도 실행도 사후대처도 모두 실패했다"며 "하다하다 응급실을 비싸게 만들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 환자까지 돈으로 갈라치기 하는 정부가 정상이 맞나"라고 되물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SNS를 통해 윤 대통령 현실 인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응급실 의사 부족은 의료개혁 탓이 아니다'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선 기가 찰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작년 말 580명이었던 응급실 전공의는 정부 의료개혁으로 인해 지금은 55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허 대표는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 가보라고 하시던데, 그러는 대통령은 현장에 가보고 하시는 말씀인지 모르겠다"며 "비상 의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는 마치 딴나라 대통령 같았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 대한 윤 대통령 진단은 여당조차 공감하지 못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 상황에 대해 두 가지 판단이 필요하고, 전부라고 언급했다. ▲대안과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응급실이나 수술실 상황이 심각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 ▲심각하다면 실효적 대안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정부 당국은 아직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한 대표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의료개혁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며,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당정 갈등 프레임에 대해선 경계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이 안 외에도 다양한 통로와 주제, 상대를 정해두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해서 정부와 당이 좋은 결론을 내고 국민들께 공감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도 의료현장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의료인력 40%를 차지하던 전공의 공백으로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국내 간 이식의 40%를 담당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간 이식 건수가 지난해 대비 39%가 줄었다는 것. 내년 2월까지 이식 대기자가 줄을 섰는데, 석 달이던 대기 기간은 6개월로 2배가 됐다는 설명이다.
병원 측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최소한 10명 이상이 대기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아산병원만의 일은 아닐 것이란 설명이다.
김 최고위원은 "모든 개혁에는 부작용과 고통이 뒤따르니 버텨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려있는 의료문제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없다. 10년 뒤 개혁 효과를 위해 지금 죽어도 좋다고 말할 환자와 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