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FDA 현대화법 3.0과 한국의 신약 개발

가톨릭의대 약리학교실 한성필 조교수

메디파나 기자2024-09-06 05:50

신약은 비임상 및 임상시험 절차를 거치며 개발된다. 비임상시험은 개발 중인 약물을 동물에게 테스트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절차를 포함한다. 

모든 신약은 임상시험에 앞서 동물을 사용한 비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며, 쥐, 마우스, 비글 개, 원숭이 등의 동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동물을 사용하는 비임상시험 과정은 여러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동물 모델에서 약물이 작용하는 방식이 인간에서의 작용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한계는 상당수의 신약이 인간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동물실험을 거친 약물의 90-95%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실패한다는 통계는 현재 시스템의 비효율성 및 개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더 나은 모델의 필요성과 비임상시험에서 동물 사용을 줄이려는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 FDA 현대화법 3.0의 주요 내용과 의의

최근 미국 하원에 제출된 FDA 현대화법 3.0(FDA Modernization Act 3.0)은 글로벌 제약 산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법안은 비임상 연구에서의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하며, 비임상 시험의 예측력을 향상시키고, 의약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욱이, 이 법안은 2022년 말에 통과된 FDA 현대화법 2.0의 시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어, 올해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게 원안대로 진행될 확률이 크다. 

이는 동물실험 대체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의 신약 개발 산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FDA 현대화법 3.0의 핵심은 비임상 시험 방법의 혁신과 FDA의 신속한 규제 개정에 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시험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 수립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더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신약 개발 산업에 미칠 영향

새로운 비임상시험 방법의 개발과 적용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가노이드(organoid), 오간온어칩(organ-on-a-chip, 장기 칩)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에서 생성된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 약리학 모델링 분석(생리기반약동학, 정량적시스템약리학 등), AI 기반 분석 및 예측 등의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폐 칩의 경우 COPD, 낭포성 섬유증, 천식, 폐암 등의 질병 모델링에 사용됐다. 특히 SARS-CoV-2와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 활용돼 치료 표적 식별과 약물 효능 테스트에 기여했다. 

간 칩은 약물 대사, 약물 상호작용, 간독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됐다. 개인별 간 대사 및 약물 청소율의 변이 연구에 활용됐다. 

심장 칩은 독소루비신과 같은 약물에 대한 심장 반응을 재현해 실제 심장독성 모방에 성공했으며, 장 칩은 염증성 장 질환과 방사선 손상과 같은 질병 모델링과 약물 대사 연구에 사용됐다. 

신장 칩은 약물 독성, 유전 질환, 바이러스 유발 신장 기능 장애를 모델링하는 데 활용됐고, 뇌 칩은 파킨슨병 연구와 혈뇌장벽(BBB) 투과성 연구에 사용됐다. 

최근에는 개별 장기칩 연구 뿐 아니라 다수의 장기칩 등을 2차원 또는 3차원 상호 유체 흐름으로 연결한 미세생리학적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을 사용해 신약의 스크리닝 뿐 아니라 약동학, 약력학, 효능, 독성을 광범위하게 파악하려는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적용은 동물 시험을 대체하거나 줄이면서도 인간에게 더욱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 향후 전략 및 제언

한국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최근 국회에 '동물대체시험 개발 촉진 법안'이 발의되는 등 동물실험을 줄이고 인체와 연관성이 더 큰 시험법을 개발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한국이 글로벌 제약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진전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FDA 현대화법 3.0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비임상시험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FDA의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생성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규제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규제과학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넷째,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연구 방법론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강점인 IT 기술과 생명과학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임상시험 방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윤리적 신약 개발에 대한 기업 철학과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동물실험 감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FDA 현대화법 3.0은 글로벌 제약 산업에 큰 변화를, 한국의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이 더 효과적이고 윤리적인 신약 개발 방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길 기대한다.


|기고| 가톨릭의대 약리학교실 한성필 조교수

- 부산대학교 의무석사, 의학박사 (MD/PhD)
- 가톨릭의대 약리학교실/서울성모병원 임상약리과/가톨릭계량약리학연구소 조교수
- 사단법인 청람바이오아카데미 총무이사
- AIMS BioScience 다학제근거창출 Director
- 경희대학교 규제과학과 외래교원
- 前 미국국립보건원(NINDS, NIH) 방문연구원,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

※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메디파나뉴스 : 메디파나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4-09-06 05:50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