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응급실 상황이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태 회복을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2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응급실 현황 긴급 조사는 9일과 10일 양일간 전의교협 참여 수련병원 중 53개소를 통해 진행됐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 근무 의사 수는 922명에서 534명으로 388명(42.1%) 감소했다. 전문의의 수가 감소한 병원은 29개소(54.7%), 변화가 없는 병원은 12개소, 늘어난 병원은 12개소였다. 전공의(일반의)의 수는 총 384명에서 33명(91.4%)으로 감소했다.
7개 병원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로 부분적 폐쇄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24시간 동안 1인이 근무(6~7명)하는 병원이 10개소였다. 총 17개(32.1%) 병원은 1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의사 수만 확보한 상태였다. 부분 2인 근무(8-11명)는 20개소(37.7%)였고, 의사가 12명 이상으로 2인 이상이 항상 근무할 수 있는 병원은 16개소(30.2%)였다.
의사 수가 60% 이상 감소한 병원이 11개소, 50%~60% 미만 감소한 병원은 10개소로 총 21개소(39.6%) 병원 의사가 50% 이상 감소했다.
응급실 의사 수는 총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 배후 진료의 약화 등으로 보아 실제 응급실 진료역량은 2023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실 근무 의사 및 전문의 수 감소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응급실 붕괴가 지방부터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역별 응급실 의사 감소를 보면 충청, 부산, 광주전남 지역이 50% 이상, 강원, 전북, 대구경북, 울산경남 지역이 40% 이상 줄었다.
수도권은 경기북부가 41.4%, 서울 39.2%, 경기남부 35.8%, 인천 8.9%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35.7% 감소해 그 폭이 가장 적었다.
지역별 전문의 수 감소를 살펴보면, 충청지역 27.9%, 광주전남 13.6%, 대구경북 12.8%, 부산 11.4%로 10% 이상 줄었고, 수도권은 증가한 곳도 있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0.3% 만 감소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산지역의 경우, 조사 대상 병원 5개소의 응급의학 의사는 32명으로 병원 당 평균 의사 수는 6.4명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근무환경이 열악했다.
전의교협은 "응급실 전체 근무 의사 수는 40% 정도 감소했으나, 1인 근무병원의 취약점과 배후진료의 약화 등으로 현재 수련병원 응급실은 50% 이상의 진료역량이 감소한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공의 사직이 확정된 이후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피로도 증가, 환자 관리 어려움과 소송부담 증가, 대학교수로서의 회의감 등으로 사직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조사병원의 절반에서 교수와 전문의 수가 줄었다"고 했다.
또 "입원실 100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사 1인 근무라는 것이 믿어지는 일인가? 이것을 정부는 문제없는 병원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듯이 응급실은 이미 붕괴하고 있으며,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20년 전보다 못한 의료로 가고 있다.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추석 연휴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정부의 명령이 없더라도 휴가도 없이 국민을 위해 응급실을 지킬 것이고, 능력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는 단순히 진료를 보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더 늦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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