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바라보는 응급실 상황에 대한 진단이 차이를 보이면서 해결 대책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추석연휴 동안 응급실 위기를 잘 넘겼으며, 전공의들 복귀를 위해 의료개혁 과제 추진과 배후진료 역량 강화를 위한 수가인상, 인료채용 확대 등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가 원하고 있는 2025년 의대정원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반면, 의료계는 응급실 전문들이 전공의 복귀 무산시 절반 이상 사직한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10년 뒤 의사부족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 온 의료붕괴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 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2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국 병원 응급실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역별로 또는 특정 시간별로 배후진료가 부족해서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추석연휴 전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과 같은 사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의료개혁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고, 그들의 복귀가 늦어질 것을 대비해 일단 응급실 수용 능력과 진료 역량을 강화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인력의 채용이다. 채용을 위해서 국가에서 지원할 것이다. 진료 차질이 예상되는 기관은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배후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주요 수술이나 마취에 대한 수가 인상도 하고. 병원 간 이송 전원 체계도 점검을 해서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2025학년도 정원문제는 논외로 못 박았다. 조 장관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학 정원에 대해 말하면 2025년도 입학정원 같은 경우는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고 재차 확인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응급실 현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촉발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수많은 의료진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2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추석 연휴 기간(9.13~20) 근무시간에 대한 '응급실 근무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34개 병원 89명의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답 결과다.
전의교협은 이번 설문응답에 대해 "응급실에서의 근무 및 당직 일정은 해당 병원의 전문의가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응답자 수와 상관없이 본 조사결과는 34개 수련병원 응급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48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응답했으며 9명(10.1%)은 64시간 이상 근무했으며,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도 3명(3.3%)이나 됐다.
최대연속근무시간에 대한 질문에는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5명(16.9%)은 16시간 이상, 이중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은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후 20시간이 지난 후의 근무는 음주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동일하다"며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이로 인한 환자피해를 우려했다.
사직 의향을 물어본 질문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6명(51.7%)이 실제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경우 55명(61.8%)이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의교협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응급실 대란은 종착역이 아니라 의료대란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응급의료의 위기는 심각해질 것이며, 연이어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또 "전공의와 학생들이 다시 병원으로, 학교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수련병원의 많은 전문의와 교수들이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정책은 전공의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문의들마저 병원과 학교를 떠나게 할 것이다. 실체도 불명확한 10년 뒤 허상을 쫓을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와 있는 의료붕괴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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