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의료계 투쟁은 '양패구상'…결정적 타이밍 놓쳤다

선배 의사 역할론…"개원가 방관, 의협 변죽, 교수는 버티기만"
"의료계 완패, 의료 사망선고…정권 패착이자 국민 재앙"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0-12 05:5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시작된 올해 의료계 투쟁이 의사 완패이자 의료 공멸이라는 '양패구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패착으로는 선배 의사 역할 부재가 지적된다.

정유석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 '2024년 의사파업 윤리, 비판과 성찰' 기고를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번 투쟁이 노동쟁의적 관점에선 완패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근거도 논의도, 의료제도에 대한 고민도 없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으며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내년이면 캠퍼스 구경도 못 해본 24학번 3000명과 25학번 4498명이 섞이면 의대 교육은 혼돈에 빠질 것이란 점을 짚었다. 유능한 교수들이 줄사직하며 과거보다 열악해진 의대들은 3배로 늘어난 신입생을 6년간 끌고 갈 여력이 없고, 학생들은 극심한 경쟁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다.

의료 현장 역시 당장 지방 거점 응급실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내년부터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도 문제가 되며 의료생태계 전체에 회생불가능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패구상 구도로 마무리된 원인으로는 선배 의사 역할 부재를 꼬집었다.

정 교수는 6개월 이상을 끌어온 투쟁에 실제 참여한 것은 의과대학생과 전공의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마저도 전공의의 경우는 어느 정도 진료공백을 초래한다는 면에서 노동권 투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의대생의 경우 젊음과 시간을 담보로 건 '자해투쟁'일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젊은 의사들이 전면에서 '자해투쟁'을 하는 동안, 선배 의사들은 정부가 바라는 대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은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거나 전공의 대표와 갈등했고, 교수들은 전공의 빈자리를 지키며 소진됐으며 1, 2차 병원은 성금을 모금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교과서적 진료권 보장'이나 '선보완 후시행'과 같이 선명한 조건을 내걸고 단일대오를 유지했던 2000년 의약분업 투쟁과 달리, 이번 투쟁에서 선배 의사 역할이 모호했던 원인으로는 정책에 대한 입장차를 꼽았다. 의약분업이 개원가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 문제였던 반면, 의대 증원은 예비 의사와 젊은 의사에겐 절박했지만 중견 의사에겐 먼 훗날 일이었다는 시각이다.

정 교수는 "거칠게 말하면, 개원가는 방관했고 의협은 변죽만 울렸고 교수들은 힘겹게 버티다 남 좋은 일만 해줬다"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오손도손 살아가던 가정에 폭도가 진입했지만 '신사적 설득과 회유'로 마음을 돌리려다 풍비박산 난 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선후배 의사 온도차로 이미 결정적 타이밍을 한 차례 놓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총선이 정부여당 대패로 끝난 이후 결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수들은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보다 몸으로 버티며 정부의 합리적 포기를 기다리는 쪽에 머물렀다"며 "부모자식 관계에 비유되는 사제윤리적 관점에서도 교수들은 행동했어야 했다. 상대를 너무 점잖게 본 것이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4년 대한민국 의료는 포퓰리즘 정부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도입과 의사들의 임팩트 없는 투쟁 결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면서 "의사들의 완패가 현 정권 패착이자 국민적 재앙이란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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