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탄핵 기로에 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대의원 서신을 통해 변화를 약속하며 기회를 읍소했지만 마음을 굳힌 대의원들 사이에선 차가운 반응이 나온다. 탄핵 결과는 모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표를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5일 등기로 대의원 서신을 발송했다.
임 회장은 오는 1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을 논의할 대의원들에게 낮은 자세로 변화를 약속하며 기회를 호소했다. 불신임안 상정 사유를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인정했고, 미비한 의료개혁 저지 성과에 대해선 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사과했다. 전공의 의대생과 소통·조율 노력이 미흡했던 점도 반성한다고 밝혔다. 최근 불신임 여론에 결정타를 가한 회원 상대 1억원 요구 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회원이 모아준 소중한 전공의 지원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탄핵이 초래할 갈등과 분열도 재차 언급했다. 불신임안 발의 후 공개한 대회원 서신에 이어 두 번째다. 과거에도 의협 회장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권위를 손상시키며 스스로 무력화됐다는 설명이다. 외부에서 의료계를 바라볼 시선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현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국민 건강을 나몰라라 한다 비난할 것이란 우려다.
임 회장은 "불신임안 상정이라는 대의원님들의 추상같은 꾸짖음에 집행부 현주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쇄신하려 한다"며 "대오각성해 전문가단체 위상을 재정립하고 신뢰받는 리더십을 갖추도록 하겠다. 회원들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마음을 굳힌 대의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A 대의원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기회는 이미 줬다는 점을 되짚었다. 이미 지난 8월 임총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논의한 배경엔 임 회장 막말 논란이나 지역의사회와의 불통 논란, 전공의·의대생과의 갈등 등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회는 이미 줬고, 변화하겠단 약속도 신뢰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실제 당시 김영준 대의원회 부의장은 "오늘 결론은 집행부가 잘해서 반대 131표가 나온 건 아닌 것 같다. 또 비대위가 면피용이 되지 않느냐는 입장에서 반대한 분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와 달리 결사항전 자세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는 대의원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A 대의원은 "이미 한 차례 경고와 회원 뜻이 전달됐는데,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회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가까운 행위가 밝혀지며 논란을 샀다"며 "이번엔 제대로 된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B 대의원은 임 회장과 젊은 의사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이 전공의, 의대생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림돌이 임 회장인데, 여전히 해결은 요원한 데다 대의원 서신에서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대의원 서신엔 대전협이나 의대생과 관계 개선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서신엔 '소통·조율 노력이 미흡했던 점을 반성한다'거나 '차세대 의협 주인인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 미래를 위해 역할하며 세대간 가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도 의협 회관엔 많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수시로 드나들며 의견 개진과 정책 제안을 해주고 있다'는 언급만 담겼다.
앞서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 인터뷰에서 전공의와의 관계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총 전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결단'해야 할 것이란 시각이다.
B 대의원은 "서신을 보면 대의원회 의장이 주문한 전공의와 관계 개선은 사실상 못하겠단 것"이라며 "전공의나 의대생들과 하나돼 투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대전협과 관계 개선에 대해 임총까지 노력하겠으나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동영 부대변인은 "(소통이)원활하진 않은 상황"이라며 "꾸준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짦은 기간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현택 회장이 발송한 대의원 서신 전문이다.
존경하는 대의원님께.
이달 10일 회장 불신임 심판대에 오를 것에 앞서 착잡한 심경으로 대 의원님께 서신 올립니다.
취임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대의원님께 심려 끼쳐드려 송 구할 따름입니다.
우선, 짚어주신 불신임안 상정 사유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와 42대 집행부는 의대정원 증원 및 의료악법 저지, 수가 정상화 등 의료현안 해결이라는 엄중한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불철주야 백방으로 노력해왔습니다.
의료를 붕괴시킬 악법들과 불합리한 정책들을 막아내려 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의대증원 강행과 의료농단 문제 해결에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독단과 아집 속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음에 죄스러 움 금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를 희생하며 투쟁하고 있는 전공의들과 의대생 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아울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과 조율의 노력이 미흡했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농단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위중한 상황에서 제 개 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누를 끼친 점도 머리 숙여 사죄드 립니다.
회원들께서 모아주신 소중한 전공의 지원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다시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 하나하나 각별히 유의 하고 신증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제 모든 SNS 계정을 삭제했으며.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의협회장의 위상과 품위에 어긋나는 언행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존경하는 대의원님,
의료계 전 직역과 지역을 아우르는 중앙회의 행보가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대한의사협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회장 한 사람으로 좌지우지되는 데 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집행부 출범 이후 회무의 기반과 동력을 확보하기까지 터를 다지는 작업에 매진하면서 조직을 갖춰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임기 초반 다듬어지지 않은 좌충우돌은 용납할 수 없다 고 저희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헌신적으로 일해 주고 있는 42대 상임진과 함께 철저히 시스템을 통해 모든 회무를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나갈 것입니다.
대의원회, 시도의 사회, 각 직역과 진료과의 복잡다단한 목소리들을 모 두 수렴하여 균형 있게 조율하며 최적의 접점을 찾는 역할을 올바로 실행해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대의원님!
대한의사협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우리끼리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 는 모습을 초래하게 되어 거듭 죄송합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의협회장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부 분 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권위를 손상시키며 우리 스스로 무력화되고 말았습니다.
외부적으로나 우리 국민들이 보실 때에도 의료계가 현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자증지란에 빠져 국민건강은 나몰라라 한다고 비난 할 것입니다.
대의원님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와 집행부가 의료농단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족함, 그리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의원님들의 질책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 하고, 통렬히 반성하여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뽑아주신 회원들의 성원과 그 선택이 빛바래지 않도록, 초심을 되새기겠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망국의 의료제도를 죽을 각오로 막아내겠다고 말씀드 린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제 소신입니다.
특히, 차세대 의협의 주인인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역할을 하며 세대간 가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의협 회관에는 많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수시로 드나들면 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정책 제안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역과 세대가 어우러지는 의료계 안에서 때로는 의견 충돌과 마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며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도, 대승적으로 우리 모두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은 한가지입니다.
그 과정을 저희가 보다 매끄럽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 대의원 님을 비롯한 의료계 선후배님과 동료분들께 혜안과 조언을 충실히 구 하겠습니다.
이번 불신임안 상정이라는 대의원님들의 추상같은 꾸짖음에, 집행부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쇄신하려 합니다.
대오각성하여 명실상부한 전문가단체로서 위상을 재정림하고 신뢰받 는 리더십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그간의 과오를 만회하고 회원들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4. 11. 5.
대한의사협회 회장 임현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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