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해외에서 혁신적인 혈액암 치료제들이 개발·출시되고 있음에도 높은 가격 및 국내 급여 등재 지연 등으로 환자들이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료진 토로가 쏟아졌다. 이에 고가 항암제의 국내 도입·급여 적용에 대해 현실에 발맞춰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대한혈액학회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 65차 추계학술대회 정책 세션 및 기자간담회에서는 적극적인 신약 도입과 함께 급여 적용을 통해 혈액암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제가 다뤄졌다.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과거에 비해서 새로운 약들이 많이 도입이 되고, 급여도 적용되는 등 개선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표준 치료는 외국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며 "외국에서는 이미 표준치료의 한 축으로 사용하는 여러 신약이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거나 급여가 되지 않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의사의 입장에서 약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에게 쓸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사 입장에서 환자가 지금 A라는 약을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고, 시기를 놓치면 안 좋을 수 있어서 해당 약을 사용했다. 그런데 보험 급여 규정에 맞지 않아 진료비가 삭감이 된다면 병원과 의사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며 "의사로서 환자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치료하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외에 병원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혜리 대한혈액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도 노바티스의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예를 들며 "킴리아는 3차 치료부터 보험 급여가 인정되는데, 그 전 치료에서 유의미한 반응이 없었다는 평가를 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2번째 치료를 한 사이클 했는데 암이 진행되면 환자와 의사는 당연히 약이 들지 않았다고 판단하지만, 심평원은 두세 번 사이클을 시도하지 않았다며 급여를 삭감한다"며 "암이 진행하는 걸 보면서도 삭감이 두려워 다음 단계 치료를 늦춰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행된 정책 세션에서는 임호영 대한혈액학회 학술이사(전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다발성골수종을 중심으로 임상 현장에서 고가 항암치료제 급여 지연에 따른 어려움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다발성골수종은 초기치료 및 조기재발시 치료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으며, 신약 개발이 매우 활발해 치료 성적이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며 "다만, 고가 항암제 급여가 지연되면 최적의 효과를 갖는 최고의 병합 요법으로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신약의 개발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최근 개발된 혁진적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며, 본인부담 치료 시 충분한 치료를 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얀센 '다잘렉스(다라투무맙)'의 국내 허가 및 급여 현황을 예시로 들며, 다라투무맙을 초기에 사용 시 환자 치료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남에도 2019년 4차 단독요법에 최초 급여 적용 후 5년 넘도록 급여 확대가 지연, 국내 환자가 미국이나 독일 등과 생존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호영 교수는 "혈액암 치료를 위해서는 병용 요법이 필수적이며, 그 최선의 적절한 시점에 이용하는 것이 급여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혁신적인 혈액암 치료제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명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혜선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는 고가 항암치료약제 급여를 위해 진행하는 비용 효용 분석을 설명하며, 이를 위한 의약품 경제성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은 굉장히 유한하다"며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결국 어디에 얼만큼 투자를 할지 결졍해야 하는데 이때 경제성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부 부장은 "과거 네거티브 제도를 시행할 때는 비용 효과성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5년 사이에 총 진료비 중 약재비가 29.9%로 크게 증가하며 정부에서 약제비 관리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지난 8월 신약 등재 관리가 개선됨에 따라 정부에서도 신약의 혁신 가치를 인정하고 혁신성이 인정되는 약제에 대해서 탄력적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희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역시 "혁신신약 효과가 우월하다고 판단해서, 이 '혁신적'이라는 판단을 받는 약들은 환자분들이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현재 혁신신약 인증 등을 더 구체화하면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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