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비만치료제가 연초부터 연말까지 제약바이오업계 이슈다. 기술 이전으로 시작해 비대면 처방 금지로 이어지는 흐름은 비만치료제를 빼놓고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비만치료제 올해 첫 번째 이슈는 LG화학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 기술 이전이었다. 지난 1월 LG화학은 미국 업체 리듬 파마슈티컬스(Rhythm Pharmaceuticals)에 LB54640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3억500만달러다. 선급금은 1억달러이며,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은 최대 2억500만달러다. 아울러 LG화학은 LB54640 연매출에 따라 리듬 파마슈티컬스에서 별도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LB54640 연구개발 단계는 국내외 임상 2상이다. 지난 1월 LG화학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한국아이큐비아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LB54640 국내 2상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시상하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LB54640 유효·안전성을 평가한다.
리듬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7월에 LB54640 2상 투약을 시작했다. 해당 임상은 선·후천적인 시상하부 기능 손상으로 식욕 제어가 어려운 12세 이상 환자 28명이 약물 복용 후, 14주 차 체질량 지수(BMI) 변화 값을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로 확인하는 시험이다.
◆ 한미약품·동아에스티·대원제약·휴온스, 비만치료제 개발 박차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임상 진행 상황을 알리며,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만치료제 연구개발 선두에 선 한미약품은 지난 1월에 장기 지속형 GLP-1 제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국내 3상 첫 환자를 등록했다.
이번 3상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유효·안전성을 평가한다. 한미약품은 다른 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달리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비만치료제라며, 2026년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2월엔 동아에스티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만치료제 'DA-1726' 1상을 승인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1상을 파트 1, 2로 구분해 DA-1726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대원제약은 지난 3월에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 국내 1상을 식약처에서 승인받았다. 1상은 최근 인기를 끈 '위고비프리필드펜(세마글루티드)'를 대조약으로, 상대 생체 이용률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라파스와 비만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인 대원제약은 DW-1022가 1mm 이하 미세 바늘을 이용해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를 체내로 전달한다며, 자가 주사 번거로움과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게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이어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코드명 : HM15275)'까지 임상에 돌입했다. 지난 5월 한미약품은 FDA에서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1상을 승인받았으며, 건강한 성인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HM15275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에서 열린 학회는 국내 제약사가 연구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6월 제84회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DA-1726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휴온스도 지난 8월 비만치료제 연구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휴온스 중앙연구소가 개발하는 경구용 펩타이드 의약품을 '2024년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패키지형)' 과제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 휴온스는 해당 과제를 수행하며, 비만치료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구용 펩타이드 의약품 국내 허가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국정검사, 비만치료제 오남용·비대면 처방 문제 해결 촉구
비만치료제 이슈는 국정감사로 이어졌다. 제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올해 국감에서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를 다뤘다. 지난 10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에서 "한국이 사회문화적으로 (비만치료제가) 오남용 우려가 타국에 비해 매우 높다면, 여기에 대한 제도적인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달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해외 직구를 차단했다. 또한 온라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불법 판매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단속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학계는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경고한 바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위고비 출시 후 성명서를 통해 "실제 기존 출시된 같은 성분약인 삭센다가 처방이 불가능한 치과나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돼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불법적으로 온라인에서 거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고비 출시에 맞춰 항비만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문제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사와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관련 정부 기관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국감은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도 문제로 꼬집었다. 당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의원실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 과정을 확인했다며,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앱에서 다이어트 증상을 선택하면, 어떤 약을 처방받을지 선택하는 창이 뜨고, 약품명이 명시되진 않지만, 하루 1회 투여하는 혹은 주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가 뜬다"면서 "이후 주민등록번호와 사전 문진을 위한 증상을 입력하면 진료 예약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 예약 시간이 되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 진료가 시작되는데, 본인 확인부터 처방까지 걸린 시간은 총 21초"라며 "본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본적인 환자의 상태도 물어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만치료제를) 너무나 쉽게 비대면 진료로 구할 수 있기에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비대면 진료 처방 불가 의약품으로 빨리 지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 제한…미리 처방받는 움직임 감지
정부는 국감 이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비만치료제 비대면 처방 금지에 나섰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이달 2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한다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의료기관용, 약국용)'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처방 금지 의약품은 위고비 등 비만치료에 쓰이는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터제파타이드 함유 제제와 오르리스타트, 부프로피온염산염 및 날트렉손 염산염 등 성분을 함유한 제제다.
비만치료제를 미리 처방받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2일부터 비대면 처방을 제한했으나, 15일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해 2주간 비대면 처방이 가능했다. 이에 메디파나뉴스 취재에 따르면, 비만이나 다이어트 등 주제를 다룬 한 오픈 채팅방에선 계도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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