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응급실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을 지정해 차질 없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의료진은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설 연휴 응급실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설 연휴를 대비해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 2주간을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와 함께 응급진료체계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을 지정하는 등 차질 없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일선 응급실은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외래 환자에 독감 환자까지 몰리면서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5일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독감이 유행하면서 평시보다 약 20~30% 이상 환자가 늘었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기저 질환이 있기 때문에 폐렴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설 연휴 기간 이러한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2주간을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기간'으로 지정하고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일선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병원마다 의료진이 한정돼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전공의 사직 이후 응급실 인력 부족이 지속되면서 지방 응급실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대부분의 병원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 인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방에서는 급여를 올려서라도 인력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충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전공의도 의대교육도 사실상 멈춰버린 현 상황에서 신규 배출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충원 인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신규 의사배출시스템이 재계되지 않은 이상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를 담당할 배후과 인력 부족도 여전해 아무리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현장 체감으로 연결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응급실과 배후과 의료진 부족은 몰리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A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지금도 호흡기 내과의 경우, 독감 환자들이 넘쳐서 못 받고 있다. 평소보다 40%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배후과 백업도 안 되는 과들은 다 환자를 못 받고 있다.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환자 전원 문의가 와도 수용이 안 된다"며 환자도 의료진도 힘든 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설 연휴 응급실 대책이 서울 및 수도권, 대도시 중심에서 지방 소재 2차 병원급 응급실 등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B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지금 독감환자가 엄청 많다. 이로 인해 설 명절에도 응급실로 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이 환자들이 의원급 등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추석 때도 기간을 정해서 의원들도 문을 열도록 유도했지만 강제가 아니라 자율에 맡기다 보니 지방의 경우에는 거의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0% 정도만 의원들이 문을 열어줘도 2차 병원급 응급실 과부하가 조금이라도 해소가 될 텐데 대부분의 응급실 대책이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서, 정부가 발표해도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2차 병원급 응급실에도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B병원 응급실 전문의는 "케이타스(KTAS, 응급환자분류기준) 5등급 환자는 자기 부담을 많이 내지만 응급실을 찾는 환자 95% 정도는 1~4등급으로 자기부담금을 많이 내는 대상이 아니다. 또 응급실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시골에는 의원급이 연휴에는 문을 안 연다. 그래서 병원 응급실에 4등급 정도의 경증 환자들이 계속 많은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응급실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증 환자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캠페인 등 인식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4주(12월23일~28일) 기준 독감 의심 증상 환자가 인구 1000명 당 73.9명으로, 전 주 31.3명 대비 약 2.4배로 급증하는 등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비슷한 기간(12월23일~27일) 응급실 내원환자는 평일 일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77명이 증가했다. 특히 증가한 내원환자의 약 41%(평일 일평균 1357명)가 독감 환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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