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소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안이 발표됐지만, 환자·시민단체, 의료계, 한의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접근 방식과 방법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9일 서울 중구 소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토론회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소위원회에서 논의한 비급여 관리체계 구축방안과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 관계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자 개최됐다.
◆ 가칭 ‘관리급여’ 신설 방침에 곳곳서 우려 제기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을 발제로, 전문위‧소위에서 논의한 급여 전환이 되지 않은 비급여 중 의학적 필요도를 넘어서 남용 우려가 큰 경우, '관리급여'를 신설해 진료기준과 가격을 설정하는 등 건강보험 급여체계에 편입시켜 관리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급여 병행 필요성이 낮고 남용 우려가 높은 비급여는 같이 행해지는 급여 진료도 전액 본인 부담하게 하는 병행진료 급여 제한 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고영호 보험과장은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발제로, 전문위‧소위에서 논의한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외래 재진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 등 건강보험이 급여 진료에 20%보다 더 높은 본인부담률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실손보험도 이와 동일하게 자기부담률을 인상하는 안에 대해 발표했다. 또 중증과 만성질환 급여의료비의 보장 차등화와 임신·출산에 대해서 신규로 보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새롭게 등장한 '관리급여'에 대해 "그동안 선별급여와 예비급여가 있었으나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생각해보고 관리급여제도를 논의해야 되지 않겠냐"며 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병행진료금지는 그동안에도 해 왔었지만 그 영역을 조금 더 항목별로 확대하겠다는 취지인데 그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병행진료 금지를 하려면, 우선은 기준을 먼저 명확하게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따라서 논의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비급여 명칭 표준화와 모니터링, 정보공개를 통한 환자 선택권 강화 등은 관리방안이 나올 때마다 등장한지 벌써 10년 이상 된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달라진 게 뭐가 있나 되짚어 봐야 한다. 시민단체가 비급여 공개를 요구했나, 비급여 정보 공개한다고 비급여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대책의 재탕, 삼탕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실효성 있는 대책 도출을 촉구했다.
좌장을 맡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에 관리급여라고 하는 것은 법에 있는 선별급여라고 하는 형식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다. 다만, 비중증 비급여 문제가 되는 질환에 대해서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선별급여 안에 별도로 본인부담이 좀 더 높고 특별히 관리하는 대상으로 하겠다는 방안"이라고 부연했다.
강정아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관리급여의 경우 남용 우려를 언급했는데 실손보험으로 인해 문제되는 비급여를 관리하겠다고 비춰지게 되면, 보험가입자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비급여가 실손보험과 엮이면서 분명히 문제가 크긴 하지만 그것을 실손보험사 입장에서 평가하면 안 된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평가해 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비급여 문제는 비용도 제각각이고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와 재평가 결과에 따른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일례로, 암환자들에게 비타민C 주사가 유효성이 있느냐는 평가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암 전문 병원에서는 그러한 주사제를 포함한 패키지를 환자들에게 팔고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있다"며 재평가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비급여 가격관리의 다각화와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남 국장은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은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비급여 가격 관리의 경우, 관리급여 ‘하나’다. 그것도 비급여에 대한 관리가 아니라 급여권으로 넣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급여권에 넣게 되면 사실상 건강보험이 재정부담을 해야 되기 때문에 일부 항목만 넣을 수 있다. 나머지 비급여는 그냥 방치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비급여 관리를 하려면, 전체적으로 비급여 실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기전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고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현재 1000개 항목뿐이다. 가격공개 40개에서 600개 되는데 10년 걸렸다. 적어도 건강보험과 혼합해서 진료하는 비급여에 대해서는 모두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도수치료, 영양제주사, 체외충격파 치료 등은 필수의료라고 할 수 없지만 이런 치료방법들이 의료적 필요도가 정말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에서 이러한 치료들이 단순히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많이 시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기존에 해오던 치료에 비해 이러한 치료는 새로운 치료법이기도 한데 너무 나쁜쪽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실손보험의 과도한 보장과 미약한 심사체계가 문제가 된다면, 실손보험쪽에서 심사체계 등을 손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나. 전체 실손보험 중 58%에 해당된다고 하는 1,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이번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정책안 중 병행진료에 대한 급여 제한과 비급여 사용시 모든 비급여 대상의 항목, 가격, 사유, 대체 항목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돼 있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 만약 급여 제한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분야를 명시해 주고, 어떤 시술, 어떤 수술에 대해서 그렇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하고 의료계와 반드시 토의를 해주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이번 실손보험 개혁안을 통해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보장은 확대한다고 하고, 경증·비응급 질환은 축소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되는데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확대가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급여 특약의 중증 비급여 대상을 산정특례 등록자로 한정했다. 그런데 산정특례제도가 완벽한 게 아니기 때문에 중증 질환을 모두 커버한다고 할 수 없다. 지금도 산정특례에 들어와 있지 않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굉장히 억울해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비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4세대 실손보험처럼 따로 특약을 빼서 더 추가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1, 2세대 환자들 중에 중증 질환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보장을 어떻게 축소하겠다는 것인가, 이렇게 된다면 소송으로 갈 것이다.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권병은 손해보험협회 이사는 "이번 비급여·실손 개편 방안은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합심해서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첫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험업계는 이번에 발표된 상품개편방안이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청중들의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여기에 참여한 보험이용자협회 김미숙 활동가는 "실비보험을 왜 실손보험이라고 명칭을 바꾸냐"며 "의료비를 기준으로 한 실제 손해를 보험금의 지급 사유로 하는 보험을 줄여서 '실비의료보험'이라고 쓴 것은 인보험인데 손해보험으로 둔갑시키거나 손해보험회사가 계약하는 보험은 모두 손해보험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에서 만들어진 명칭이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중증·비중증 분류 자체가 잘못돼 있는데 이에 따라 실비보험 지급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예로, 골절 암 환자가 집에 가다가 팔이 부러졌을 때 중증인가? 현재 분류로는 경증이다. 암이 전이 돼서 부러졌을 때만 중증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이것을 경증외상이라고 인지할 수가 없다. 환자들이 느끼는 중증과 정부에서 지정한 중증, 경증에는 격차가 있다. 그 기준으로 실비보험 지급률을 정한다면 굉장히 많은 민원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의료개혁특위에서 다루고 있는 비급여 실손보험에 대해서 한의사도 의료기관의 당사자인데 단 한사람도 참여를 시켜주지 않고 있다. 당사자를 빼놓고 도대체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2009년에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제정하면서 한의과 비급여를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제외시켰다.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한의과 치료도 받고 싶지만 실손보험에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복지부·금감원 "의견수렴 통해 최종안에 반영 검토할 것"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료체계 정상화와 공정보상을 목표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에 대해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다양한 우려를 제기한 만큼 추가 논의와 숙의과정을 거쳐 최종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권홍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장은 "이번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도출함에 있어서 수많은 전문가들과 많은 회의와 논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토론과정에서 여러 지적들이 있었다. 이번 방안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의료체계 정상화와 공정보상을 위한 실손보험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발표된 안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잘 들었다. 사실 대책을 만들고 공표를 하고 의료기관에 적용을 하더라도 환자들이 그것들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환자와 국민들이 잘 알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하고,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해서 종합계획을 마련하겠다. 또 의료개혁특위에서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으나 더 많은 의료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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