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독거노인의 진통제, 방문의약료 사업 확대의 필요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1-20 05:5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부터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고령자에 대한 여러 복지정책들이 마련돼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개인의 통증을 달래주지는 못한다. 더구나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경우에는 통증을 그저 견디거나, 약으로 그 수준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늙고 병든 몸에는 약을 뗄레야 뗄 수가 없다.

가까이에 몸이 아파 집 안에 병원 침대를 두고 생활하는 팔순이 넘은 외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는 홀로 아파트에서 거주하시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나와 엄마가 살기 때문에 자주 드나들며 할머니를 본다. 할머니의 일과는 그저 TV를 보고 끼니를 챙기는 것이 전부다. 

최근 할머니의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 과거 허리 디스크 수술 예후가 좋지 않아 90도로 굽어 손녀보다 컸던 키는 애초에 반절이 됐고, 심한 골다공증에 여러 이유로 부러진 양쪽 허벅지뼈에는 금속 막대가 자리잡고 있다. 수술을 여러번 했기 때문인지 환절기가 되면 해당 부위에 통증이 커진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양쪽 어깨 인대가 조금 끊어지면서 그나마 있던 팔까지 제 힘을 못낸다. 

통증이 커지니 발을 디디기가 힘들어 그나마 혼자서 할 수 있었던 끼니 챙기기도 못하고, 늘 보던 TV도 귀찮아진다. 떼기 어려운 발을 내딛어 화장실을 다녀오면 발이 그 사이에 탱탱 부어버린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다리를 위로 올려두는 것 밖에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결국 할머니는 덜 걷기 위해 바로 옆에 둘 수 있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하고, 그마저도 힘들 때는 기저귀를 쓴다. 

어깨 인대가 상해 팔힘도 약해진 상황에서 스스로 몸을 다루기 힘들어 하는 고령자의 몸 전체를 들어서 기저귀를 교체하는 일은 그 한번을 하더라도 보호자 혹은 요양보호사가 땀이 날 정도로 애써야 하는 일이다. 

단지 그뿐만이 아니라 기저귀를 갈 때 몸에 손이 닿기만 해도 아프니 '아이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반대로 기저귀를 갈고 난 뒤에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거의 동그랗게 접혀버린 몸으로 웅크리고 몇 시간 내내 가만히 있는다. 내 몸이 아프니 환자가 보호자들에게 하는 말들이 곱지도 않다. 

이런 'TMI(너무 많은 정보)'를 늘어놓은 이유는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다른 것보다도 할머니의 고통이 줄었으면 좋겠다. 통증이 경감되면 그래도 밖에 잠깐이라도 나가서 기분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텐데', '좀 더 가까이에서 전문가가 자주 얼굴을 보며 환자가 통증을 견디는 것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좀 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약 20년간 꾸준히 몇 개월에 1번씩 가족들을 1~2명 이상 대동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대학병원을 찾아 다량의 약을 받아온다. 진통제도 처방을 받아와 더 아플 때 먹긴 하지만,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지 않을 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더욱이 우리 할머니처럼 거동이 불편한 경우는 정말로 문 밖도 나가지 못한 채 집 안에만 있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아무리 좋은 노인정이 있고, 마을 회관이 있어도 나갈 수가 없으면 사람과의 사회생활에 대한 단절이 나타난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니 우울감도 통증도 더 크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적어도 1달에 1번, 기왕이면 일주일에 1번은 주기적으로 이러한 분들을 살펴주는 방문약사, 방문의사들이 국가 소속으로 존재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픈 것에 대해 귀기울여 들어주는 전문가가 환자를 찾아주고,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위로가 된다. 

과거 환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시는 의사분이 있었다. 그분에게 서러워하며 아픈 걸 이야기하고, 공감 받는 한 마디에 그렇게 고마워했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런 역할은 가족이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 같이 통증에 힘겨워 하는 목소리를 듣는 가족이 매일 같이 공감해주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전문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환자 본인에게는 좀 더 안도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약사회 출입기자이다보니 약사사회에서 왕왕 방문약사, 주치약사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는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솔깃하지만, 그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 아쉬움이 동반된다. 막상 우리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안내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관련 사업이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문약료, 방문의료에 대한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애석하다. 

물론 약사나 의사들이 방문한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통증이 싹 나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혼자 몸을 돌보기 힘든 독거노인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본인이 가진 신체적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은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인데 노인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들이 방문하면 밖에 나가기 힘든 노인들의 사회적 단절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방문의약료 행위 자체만으로 독거노인에게는 가장 효과가 좋은 진통제가 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앞으로 이렇게 혼자 통증을 참아야만 하는 독거노인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 미래의 우리를 위해 사회적인 보건복지 시스템으로서 방문의약료 제도가 마련돼 활성화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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