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국회가 대체조제부터 성분명 처방까지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료사태 해결이 우선인 보건복지부와 손뼉이 맞지 않으면서 당장 강드라이브는 면했지만, 언제 손바닥을 뒤집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의정갈등 다음은 의약갈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는 3일 성분명 사용 촉진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병협은 성분명 사용 활성화는 의사 처방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시키는 것이며, 인체에 민감도 높은 의약품 등은 환자안전에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분명 사용 활성화는 환자에 대한 의학적 결과나 부작용 등을 미처 알지 못하는 약사가 경제적·편의적 목적으로 저가의약품 대체 조제를 증가시킬 것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작용이나 진료와 연계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입장문이 나온 시점은 법안 심사 일정과는 거리가 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일 발의됐고, 지난달 14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다음 단계인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달 21일 열렸지만 안건에 오르지도 못한 채 다음 일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당장 해당 약사법 개정안 심사는 기약된 바 없지만 이번 입장문 발표는 반대 입장을 '천명'하는 차원이다. 병협 관계자는 "해당 이슈와 관련된 일정을 앞두고 있어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분명 처방에 강력 반대란 입장을 밝히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회는 성분명 처방 전단계로 평가되는 대체조제 활성화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서영석·이수진·민병덕 의원이 각각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경우 사후통보 대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추가하고, 심평원이 의사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영석·이수진 의원안은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날 법안소위에선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서영석·이수진 의원은 물론 남인순·전진숙 의원도 대체조제 활성화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해묵은 이슈를 미온적 태도로 회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 출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우려와 반대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도 환자단체 의견 청취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찬반 의견이 엇갈린 데다 복지부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법안 강드라이브는 면했지만, 불씨는 남은 상태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다, 정부도 이번엔 손뼉을 맞추진 않았지만 언제 손바닥을 뒤집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야당 의원들 질타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정갈등이 현재진행형임에 따라 불신이 극도에 달해 있어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눌 여건 자체가 되지 않아 충분한 사전 논의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란 점도 덧붙였다. 공식적 자리를 만들어 찬반이 첨예한 의약계 의견을 듣고, 의견을 다시 정리하겠단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잘 아시는 것처럼 정부도 마이티가 아니다. 1년여 이상 증원 때문에 의료계와 갈등이 있고 불신이 극도에 달해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면서 "시간을 주시면 공식적으로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들어 보고 복지부 의견도 다시 정리해 말씀드리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즉 의정갈등이 마무리된 이후 정부가 어떤 스탠스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의약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난달 법안소위를 하루 앞두고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에 대해 강력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법안을 강행할 경우 의약분업 무효 천명으로 간주하고 강력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의협은 "환자 건강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제도를 특정 단체 요구에 의해 국회가 바뀔 때마다 개정안이 발의되고 국회에서 논의되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만약 경고를 무시한 채 법안을 강행한다면 의약분업 무효를 천명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맞춰 강력히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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