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유형화'로 필수의료 강화‥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요

현행 전문병원 지정기준, 변화하는 의료 환경 반영하기 어려워
저출산, 고령화, 특수 외상, 의료 이용 개선, 심뇌혈관, 정신건강 분야로 구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2-13 05: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이용 격차 해소와 대형병원 쏠림 완화를 위한 대안으로 '전문병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 공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문병원이 이를 보완할 주요 대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기부터 5기까지 전문병원 수의 증가 폭은 크지 않았으며, 수도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강원, 세종, 충남, 울산, 제주 등 일부 지역에는 전문병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전문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현재 16개 의과 분야로 구분된 전문병원 체계를 의료 수요 흐름과 각 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병원 지정·평가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지정기준은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반영하기 어려워 전문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1기부터 4기까지의 전문병원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심장, 뇌혈관 등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분야의 전문병원 진입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보고서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특수 외상 ▲의료 이용 개선 ▲심뇌혈관 ▲정신건강 등 주요 정책 목표를 반영해 전문병원을 유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현재 질환 및 진료과목별 나열식 분류 방식은 정책 목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각 분야가 정책 방향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지정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저출산 대응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주산기를 통합해 저출산 분야 전문병원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필수 소아청소년 의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는 신경과, 척추, 안과, 관절 전문병원을 통합해 노인성 질환 예방 및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노인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수 외상 분야에서는 화상과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통합해 고도화된 외과적 기술과 응급 치료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제안됐다.

아울러 이비인후과, 유방외과, 대장항문외과 등은 의료이용개선 분야로 통합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지방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심뇌혈관 전문병원은 심장 및 뇌혈관 전문병원을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심뇌혈관질환은 질병 부담과 중증도가 높은 만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하므로 지역 간 균형 배치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정신건강 분야는 기존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체로 확대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됐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전문병원을 배치해 필수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바라봤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주산기 병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의료 공백이 심각하기에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고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 배치 및 인프라 확충이 언급됐다. 이를 위해 병상 수와 전문 인력 기준을 완화해 특정 분야 및 지역에서 균형 잡힌 의료 공급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구팀은 "소아청소년과처럼 의료 공백이 심각한 분야는 즉각적인 지정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역별 의료 수요를 반영한 간이 인증제 도입이나 일정 기간 운영 조건을 유예하는 방식 등 전문병원 인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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