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급추계위법 '독립성·전문가 중심·의결권' 제시

박단 부회장, 수급추계위법 대전협 비대위 입장문 공개
대전협 비대위 "7대 요구안 중 하나에 불과, 전환점 되길"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2-13 11:57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공청회를 앞두고 '독립성, 투명성, 전문가 중심 구조, 의결권' 등 네 가지가 담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적 의사 수급추계 기구 설치와 증·감원 논의는 전공의 7대 요구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사진)은 13일 SNS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수급추계위법에 대한 대전협 비대위 입장문을 공개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먼저 의사 수급추계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산하가 아닌 민간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지난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실질적 논의 없이 1시간 만에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발표한 사례에 비춰볼 때 정부와 수급추계위원회는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처럼 수급추계위원회를 복지부 산하에 두고, 위원장도 복지부 장관이 맡거나 임명하는 식으로는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급추계 수행도 정부 출연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점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따라서 수급추계위원회는 정부 산하가 아닌 민간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들었다. 정부 교육 언론 법조계 등 전문가 중심 이사회 구성으로 정부와 의료계 모두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급추계위원회에서도 정부는 원자료(raw data) 제공과 예산 지원 등 역할에만 집중하고 전문가 의견·결정을 존중하며 심의·의결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란 입장이다.

비대위는 "정부 개입이 최소화되고 전문가 중심 독립적 운영이 보장될 때 추계가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독립적 민간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전문가 중심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배제되면 불신과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원회 과반을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 사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를 들기도 했다. 건정심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등 25인으로 구성되나 의협 위원은 2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현장 목소리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 의료 행위 원가 보전율은 70~8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는 사람을 살릴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를 지속시켜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 추천 위원 몫에 의협과 병협을 포함시키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병협은 병원 경영자로 구성된 사용자 단체로, 국민 의료비 상승보단 인건비 절감을 통한 병원 이익 확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의사 수급 추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해 전문가 중심 독립적 위원회 운영이 필수적이며 정부 및 비전문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사용자 단체는 병원 경영 이해관계로 전문가 관점과 상충될 수 있어 사용자 단체를 제외한 전문가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는 투명성을 강조했다. 회의록을 포함한 원자료, 연구결과, 논의과정, 정책제안 등 모든 자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참여 위원에겐 책임감을 부여하고, 정책 결정 과정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명성이 결여된 사례로 지난해 교육부 배정심사위원회 협의 내용 파기 발언과 위원 명단 및 회의록 공개 거부, 복지부 보정심 회의록 공개 거부, 전공의 처단 비상계엄 포고령 등을 들었다. 정부가 논의 내용을 은폐하려 하면서 국민 불신이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로는 의결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 전문가 제언을 무시해오며 관료주의적 방식으로 의료체계를 왜곡시켜왔다는 점에서 수급추계위 심의 결과 역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따라서 법 체계상 의대정원 조정 결정권이 고등교육법과 교육부 소관으로 돼 있는 것도 필요하다면 개정해 의사수급추계 결과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의사 수급 문제는 의료체계 근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의료 수요와 필요, 공급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비대위는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립은 대전협 일곱 가지 요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다른 요구안에 대한 논의도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의가 하나의 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고 왜곡된 의료 환경을 바로잡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보기

[진단] 의사-환자-병원 입장차…수급추계위법 난항 예고

[진단] 의사-환자-병원 입장차…수급추계위법 난항 예고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에 공청회 시작 전부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의료계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구가 직접적으로 표출되면서다. 의정갈등 해소 발판 마련이란 입법 목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관련 요구를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 요구는 크게 네 가지다. 그중 한 가지는 신속한 입법 추진이다. 이는 수급추계위법이 사태 해결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국회 입장과도 같다. 문제는 나머지 세 가지 모두 의료계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공청회 14일 개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공청회 14일 개최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공청회가 오는 14일 오전 10시 개최된다. 의료계와 함께 의대 증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교수, 병원계, 환자 단체 등도 진술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법안 쟁점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 일정을 공고했다. 이번 공청회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복지위는 지난달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한 결과 공청회에서 의료계 의견을 듣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국회 컨센서스는 '속도·존중'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국회 컨센서스는 '속도·존중'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 처리에 여야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여야 컨센서스 중심엔 속도 있는 법안 처리와 의료계 의견 존중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소위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법으로 불리는 보건의료기본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심사한 지난달 21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선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법안심사 결과는 계속심사다. 개정안은 오는 14일 공청회를 거친 뒤 세

與, 의료계 핵심 요구 반영한 수급추계위법 발의

與, 의료계 핵심 요구 반영한 수급추계위법 발의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핵심 요구를 반영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이 발의됐다. 위원 과반을 의료인 단체가 정하도록 했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추계 결과를 반영토록 명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위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법으로도 불리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은 최근 복지위 중점 안건이다. 지난 21일 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관련 법안 3건을 심사한 결과 계속심사

오늘 의대정원 수급추계위법 심사…野 "의료계 우려 반영"

오늘 의대정원 수급추계위법 심사…野 "의료계 우려 반영"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국회가 의대정원 수급추계위법 심사에 나선다. 법안 실효성 확보를 위해선 의료계 참여가 필요하지만 정작 의료계에선 위원회 구조나 구성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이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51개 법안을 심사한다. 이날 안건엔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윤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등 의대정원 수급추계위법이 포함됐다. 의대정원을 정부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