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증원된 의대 교육평가, 2차부터 중요…부실교육 불가피"

1차년도 주요변화평가, 3개 대학 '불인증 유예'…소명 및 재심사 절차 진행
2-3배 정원 증원…임상실습 과정 혼란·교육질 하락 불가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14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1차년도 주요변화평가에서 3개 대학이 '불인증 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소명과 재심사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최종적으로 인증을 못 받는 대학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차년도부터는 계획뿐만 아니라 성과까지 평가되는 만큼, 불인증을 받는 대학이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3일 의료계와 의평원에 따르면, 전날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 판정위원회'에서 이뤄진 2024년(1차년도) 주요변화평가 판정에서 '불인증 유예'를 받은 대학은 30개 의대 중 충북의대, 울산의대, 원광의대로 알려진다. 

불인증 유예는 1년의 유예 기간(2025.3.1.~2026.2.28.) 동안 '인증 상태'를 유지하게 돼 현 재학생 및 2025학년도 입학생의 경우 의사국가시험(국시) 응시 자격에는 영향이 없다. 또 대학이 판정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서면으로 의평원에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재심사 신청 시 45일 이내에 재심사 결과 판정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 판정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이달 28일 2024년(1차년도) 주요변화평가 결과를 확정해 공시하게 된다.

주요변화평가는 입학정원 증원이 결정된 2024년도부터 졸업생 배출 전까지 총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한다.

학계 일각에서는 6년간 진행되는 주요변화평가 중 1차년도에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소명 및 재심사 기회를 통해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25년(2차년도)부터는 실질적인 성과 평가가 진행되는 만큼 보완 요구를 받을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A의과대학 관계자는 "중요한 평가는 2차년도부터라고 생각한다. 2개년을 봐야 되고, 3차년도에는 임상교육, 기초교육 등을 봐야 한다. 매 시점마다 주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올해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짚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과 성과가 중점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학들이 인증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의과대학들이 임상실습을 시작하게 되면, 증가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점도 내놨다.

A의과대학 관계자는 "내년 2학기에는 일부 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이 진행되며, 내후년부터는 대부분의 대학이 본격적인 임상실습에 들어가게 된다. 많은 대학이 이에 대한 준비가 아직 완벽하지 못한 만큼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과거 서남대의대가 폐교하면서 이 대학의 정원 중 32명을 전북대의대가 수용했다. 의대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서 재정적 지원도 했지만 안정적으로 (교육환경을) 정착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는 단순히 재정 지원만으로 의학교육을 원활하게 구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증원된 정원을 각 의대가 제대로 교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 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B의과대학 관계자는 "평가결과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정원증원으로 인한 교육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준비해야 한다. 증원된 학생들로 인해 25학년도 신입생들이 3, 4학년이 되서 임상교육을 받을 때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실기시험의 경우 보통 한명의 학생이 한명의 모의환자(실제 환자가 아닌 연기자)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것을 교수가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훈련을 시킨다. 그런데 많은 대학들이 한 학생이 약 9명의 환자와 약 2시간에 걸쳐 시험을 보도록 한다. 만약 학생이 50명이 되는 학교라면, 이 시험 한번 보기위해 감독하는 교수가 최소 9명은 투입돼야 한다. 또, 이 교수들은 시험감독을 하는 이틀 동안 진료를 다 빼야 한다"고 짚었다.

결국, 정원 증원이 큰 폭으로 늘어난 학교는 부족한 감독 교수로 인해 시험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진료를 빼고 감독해야 할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본인의 2시간 시험 이후, 나머지 학생들이 시험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시설과 인력이 충분하다면, 동시 다발적으로 시험 진행이 가능하지만 2-3배로 늘어난 정원증원에 부합하는 임상교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B의과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만 기존에 했던 교육보다 실제로 부실한 교육을 할 수 밖에 없고,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그 공백까지 채우면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사실상 교육의 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총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 실시 (자료 : 의평원)
◆ 주요변화평가 결과 알려진 시점 '적절'…학생·학교 대응 전략 마련 계기

3월 개학과 2026년 의대 정원 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의평원 주요변화평가' 판정결과가 알려진 것이 학생들과 학교가 향후 대응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B의과대학 관계자는 "의평원 평가 결과가 2026년 의대정원 조정을 앞두고 알려지게 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학생들 중에는 갑작스러운 정원 증원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대가 '주요변화평가' 시 불인증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불인증이 되면, 외국에서도 의사면허를 인정받지 못하고 미국 등 외국 의사시험도 볼 수 없다고 우려했던 점이 이번 결과를 통해 우선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주요변화평가 결과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현 단계에서 휴학을 고수해야 할지, 일단은 수업에 참여하고 2026년도 정원 조정이 되는 것을 지켜볼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도 3월 개강을 앞두고, 학생 복귀를 준비하고 복귀를 설득하는 중요한 시기로, 이번 결과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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