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초고령사회, 자택임종 원하지만…현실화는 갈길 멀어

의료인력, 인프라, 재원…종합적 지원 뒷받침 필요
24시간 간병·의료 지원체계 마련 시 자택임종 가능성↑
의료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적 보살핌도 중요
"자택임종시 변사사건 오해 우려…지역별 재택의료팀 구축돼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18 11: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장기요양 노인 중 약 70%는 자택임종을 희망하지만 대부분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자택 임종이 가능하려면 재택 의료 및 돌봄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의료·보건인력과 인프라, 관련 재원 등의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023년 장기요양 사망자의 사망 전 1년간 급여이용 실태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 중 돌봄수급노인 3032명과 가족돌봄자 4092명의 복수응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 노인 중 돌봄수급노인 67.5%는 임종장소로 '자택'을 꼽았다. 또 생애말기 희망 거주장소는 돌봄수급노인 78.2%, 가족돌봄자 64.4%가 '자택'을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처럼 노인들이 생을 마감하는 장소로 낯선 의료기관보다 거주해왔던 집을 선호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재택의료학회 이상범 총무이사(서울신내의원 원장)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자택에서 임종하기 위해서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통증이 있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거나 숨이 차다든지 등의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계속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가족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약 장기요양보험 등급 부여를 받은 사람이라면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3시간 또는 4시간 정도 와서 봐주게 된다. 조금의 도움은 되겠지만 부족하다. 또 너무 아프거나 힘든 상황이 된다면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모시고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자택 임종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자택 임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생각을 역으로 하게 되면 자택임종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간병하는 사람들이 하루 3-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이나 24시간 도움을 줄 수 있고, 의료진이 필요한 상황일 때 의사나 간호사가 그때그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자택 임종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즉 이 같은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많은 재원의 투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상범 총무이사는 "다만 이렇게까지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상급병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진료 및 치료를 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에 변화가 있다면 조금씩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에 대해 짚었다. 병원과 달리 의료진이 24시간 환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임종 시 변사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범 총무이사는 "만약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가족이 119에 신고를 하면 경찰에 신고가 되서 변사사건으로 처리가 된다. 그렇게 되면 경찰들이 조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이는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심리적으로 부담될 수 밖에 없다"며 "각 지역마다 자택임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재택의료팀이 있어서 이러한 부분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하기까지 의료기관 수준의 서비스를 집에서 제공하려면 의료적 지원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보살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간호계 관계자는 "재택의료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집에 누군가가 있어야 되고, 의료적인 부분과 함께 생활적인 보살핌도 필요하다. 임종시기에는 거의 24시간 생활을 같이 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방문간호인력이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간호를 해야 한다. 현재는 방문 간호가 의무적이지 않다. 그래서 재택의료, 자택임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방문 간호를 진행하도록 시스템이 구현돼야 한다. 특히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방문 시 간호사에 비해 재원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원격진료 형태로 구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자택이 아니라도 일본처럼 주거생활시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임종을 맞는 부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야간보호센터나 요양원들과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시설로 떠넘겨지는 듯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삶이 있는 공간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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