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의사 '엑스레이 진단' 오류 가능성↑…환자 악영향"

"한의사 X-ray 사용하려면, 의과대학 가야…면허범위" 강조
"한의학에 방사선 진단 근거 없어…교육·자격 검증 안 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2-26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한의협이 법원 판결을 근거로 엑스레이를 진료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의료계에 비판이 일고 있다.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의과대학 진학 후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채 방사선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진단오류 가능성이 커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법원판결 확정에 따른 한의사 X-ray 사용 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7일 엑스레이(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이에 한의협은 사법부 판결에 맞게 정부도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지금까지 누락돼 있던 '한의사'를 포함시켜 엑스레이 방식의 진단장비를 진료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진료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주장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의사가 별도의 교육 과정 없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시도로, 이는 면허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허제도가 무너지면,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한의료정책학교 최안나 교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의협의 주장은 (장비사용)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왜 의사면허제를 시행하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왜 의사면허를 하겠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엄격하게 교육을 하고 자격기준을 갖춰야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다. 그런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않은 채 법원 판결만을 내세워 엑스레이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2016년 한의협 김필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로 29세 남성을 대상으로 골밀도를 진단하는 시연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오류를 범한 사실이 드러났던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의료기기는 단순히 조작법을 알고 있다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해부학적 지식과 의학적 판단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잘못된 사용이나 판독오류는 환자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안나 교장은 "한의사들도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수업을 듣고 배운다고 하지만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의사가 아닌 같은 한의사에게 배운다면,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겠나, 이에 대해 어떻게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을 하겠는가"라며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잘 볼 수 있다고 해도 영상의학과보다 잘 볼 수 있겠나, 한의사들의 주장은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의료면허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사선 의료장비 사용 근거가 한의학에는 없으며, 이를 사용하기 원한다면 의대에 진학해 정식 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한의협 주장은 의료인의 면허자격에 대한 몰이해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면허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한의사는 의료법에 의해 한방의료를 할 수 있다. 한의학에는 엑스선 등 방사선 의료장비를 사용할 근거가 없다. 의료인은 자신의 영역을 준수하며 환자를 진료하고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옳다"고 피력했다.

의료면허는 각 직역별로 명확한 역할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사는 한의학적 진료를, 의사는 현대의학적 진료를 담당해야 하며, 의료기기 사용 역시 면허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해석이다.

좌훈정 회장은 "그럼에도 한의사가 엑스선 등 방사선 장비를 사용하고 싶다면,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될 일이다. 의사면허와 한의사면허를 각각 취득한 이른바 복수면허를 가진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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