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비만 치료서 GLP-1 급여 논의 필요하다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3-17 05:56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주제가 있다. 비만에 대한 GLP-1 제제 건강보험 급여 얘기다. 

최근 비만은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어찌 보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전체 비만 유병률은 1998년 전체 26%에서 점차 상승해 2023년 37.2%에 달했다.  

특히 비만은 여성(27.8%)보다 남성에서 더욱 심각하다. 국내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45.6%로, 2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다. 이는 해외와 비교해 봐도 매우 높은 수치. 해외 선진국 남성 비만 유병률은 캐나다 26.7%, 영국 27.0%, 프랑스 13.5%(2019년 기준)에 그친다.

물론 우리가 이렇게 높은 까닭엔 이유가 있다. 국제적으로는 체질량지수(BMI) 30을 초과할 때 비만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저주받은 췌장' 때문이다.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서양인보다 약 12.3% 작고, 췌장 내 지방 함량은 서양인보다 22.8%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포도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슐린 분비 기능은 36.5%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과 서양인이 같은 BMI를 기록하더라도 대사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현행 BMI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비만에 대한 국내 인식은 낮다. 미용적으로 바라보거나 개인 의지 문제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공중보건적인 의제로 다루기보단 비만 치료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가난할수록 건강한 식품은 가격이 높아 저소득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는 저렴해 쉽게 선택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만 치료에 대한 형평성과 접근성 얘기를 꺼내고 싶다. 현재 GLP-1 제제는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까지 있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선 월 수십만원 대의 높은 가격 때문에 엄두조차 못내는 형편이다. 

실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약을 쓸 수 없으니 건강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일부 급여를 논의해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비만과 당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만 해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심혈관질환, 신부전, 망막병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치료 미비로 인한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 의료비 증가 등 문제를 고려하면, 일부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 적용은 분명 장기적으론 국가적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만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비만은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관련기사보기

2025년 최고 히트상품은 GLP-1…연매출 102조원 전망

2025년 최고 히트상품은 GLP-1…연매출 102조원 전망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올해 가장 많이 팔릴 의약품으로 GLP-1 계열이 선정됐다. 이들 성분 약물의 2025년 매출액은 700억달러(한화 약 102조5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Evaluate)가 최근 조사한 2025년 글로벌 상위 의약품 및 기업 미래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GLP-1 계열 의약품 성분은 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타이드와 릴리 터제파타이드 2종이다. 두 제품 모두 2형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로 쓰인다. 특히 2023년 말 승인된 비만치료제

"수퍼 GLP-1"…국내 전문가들, 2형 당뇨병에서 마운자로에 기대감↑

"수퍼 GLP-1"…국내 전문가들, 2형 당뇨병에서 마운자로에 기대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GIP/GLP-1 수용체 이중작용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가 개최됐다. 국내 내분비 전문가들은 2형 당뇨병 성인 환자 체중 감소와 혈당 관리에 있어 마운자로가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거라 기대했다. 한국릴리는 8일 웨스틴조선에서 성인 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미디어 세션을 개최했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는 국내 2형 당뇨병 성인 환자 발생 현황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유병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605만명으로 급

우울증·자살 부작용 제기된 'GLP-1'…반박 연구 등장 주목

우울증·자살 부작용 제기된 'GLP-1'…반박 연구 등장 주목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GLP-1 유사체 수용체(RA)에 대한 정신질환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잠식시킬 수 있을만한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펜실베니아 대학 페렐만(Perelman) 의대 연구팀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를 투여해도 우울증, 자살 생각 또는 자살 행동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5일 페렐만 의대 토마스 와든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JAMA Internal Medicine 에 게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2형 당뇨병 치

주요 외신 "GLP-1, 올해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될 것"

주요 외신 "GLP-1, 올해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될 것"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가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로 떠오를 거란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제약산업 파이프라인에서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가 2022년과 2023년에 연이어 큰 주목을 받았음에도, 이러한 기조가 올해까지 계속 될 거란 예측이다. 계속된 GLP-1 경구제 등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열기는 사그러들지 않을 거라 봤다. 1일 주요 외신들은 올해 주목해야할 약물로 GLP-1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