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줄고, 고위험 산모는 늘고‥협력체계 없으면 '위기'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고령화 진행‥의료진 부담 가중
일본·영국·호주·캐나다, 의료기관 협력 통해 고위험 분만 체계 구축
정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으로 의료 지원 강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17 05:5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위험 산모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산아, 저체중아, 다태아 비율도 함께 상승하면서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분만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분만 의료 인프라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만 의료기관이 줄어들었으며, 의료진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면서 안정적인 분만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보다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내 분만 의료기관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전국 63개 지자체에서 분만 병원이 전무하며,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의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위험 임산부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대로라면 인력 부족 문제가 의료기관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고위험 분만을 감당할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긴급 분만이 필요한 경우 의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 전문가들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문 인력 유출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에 게재된 '주요국의 임산부 및 신생아 진료협력체계 구축 현황 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 기반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관리 수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간 진료 연계를 원활하게 해 보다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산모 건강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임신·출산·산후 관리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내 의료기관이 협력하여 산모와 신생아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호주는 계층별 주산기 네트워크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을 배정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고위험 산모가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가정의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역 내 의료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고, 산모와 신생아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협력체계 구축이 미흡하다. 연구팀은 한국에서도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인센티브 확대와 의료기관 간 연계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고위험 산모 증가에 대해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료기관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참여기관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후보상 방식의 새로운 지불제도를 통해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고위험 분만 관련 손실분을 보상함으로써,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청 대상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로 지정·운영 중인 기관 중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참여기관이거나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모형개발에 협조한 기관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후보상 시범사업이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는 의료진 간 협업이 필수적인 분야"라며 "일회성 보상보다는 의료기관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공통적으로 향후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추가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병원별 자원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과 의료진 유출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보상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심평원 연구팀도 "우리나라 모자의료 진료협력체계의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등에 대해 재정 지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주요국의 사례와 같이 진료협력체계 운영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보기

김윤하 교수,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차기 회장 선임

김윤하 교수,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차기 회장 선임

전남대학교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김윤하 센터장은 지난 12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2024년 전국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전국 통합 심포지엄’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11월부터 1년이다. 고위험 임신이란 임신 전 혹은 임신 중 발생한 상황으로 인해 산모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령 임신부, 시험관 임신, 조산, 다태임신, 임신중독증, 전치태반 등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위험 임신의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심각한 저출산 속 '입덧 치료제' 급여 작업 중‥'조산 치료'는?

심각한 저출산 속 '입덧 치료제' 급여 작업 중‥'조산 치료'는?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올해 0.6명대로 내려앉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다. 이와 같은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오래도록 비급여 영역에 남아있던 '입덧 완화 치료제' 급여가 적용될 전망이다. 임산부의 70~85%가 경험하는 입덧은 독실아민+피리독신 성분을 섭취하면 완화가 된다. 독실아민은 항히스타민제로 진정 작용을 하고, 피리독신은 수용성 비타민의 일종으로 비타민B6의 작용을

심각한 문제 '저출산 쇼크'‥비슷한 위기 겪는 일본의 대응은?

심각한 문제 '저출산 쇼크'‥비슷한 위기 겪는 일본의 대응은?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0.78명'.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 예산으로 2006∼2021년까지 15년간 380조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일본 역시 오랜 기간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6, 7년의 기간을 저출

말로만 저출산 해결?‥임산부 초음파, '지원 횟수 제한'이란 모순

말로만 저출산 해결?‥임산부 초음파, '지원 횟수 제한'이란 모순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분석과 보고는 연일 계속되지만, 실질적으로 저출산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누적 유산 건수가 107만 607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출생아 수가 348만 5907건인 것을 고려하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되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유산율 40.74%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은 태아의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