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른 채 검사 제한"‥개원가, 선별집중심사 정조준

진료에 꼭 필요한 검사도 15종 초과‥현실과 동떨어진 기준 주장
일률적 심사 기준에 진료 위축 우려‥"필수의료 위협할 수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3-24 05:54

23일 제35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 전경.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검사 다종(15종 이상)'을 포함시키면서 개원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기준이라는 점과 함께, 진료의 자율성과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원개원의협의회는 23일 제35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검사 항목 수를 기준으로 진료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진료권 침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대개협 강창원 보험이사. 사진=조후현 기자
대개협 강창원 보험이사는 "의사는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학적 판단과 지식에 기반해 검사를 시행한다"며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의 기저질환, 연령, 성별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항목 수를 제한하는 것은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15종 이상 검사를 제한하는 기준에 대해 별도의 고시나 급여 기준 등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모든 검사는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시행돼야 하며, 일괄적인 수치 기준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고 적정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이사는 "간 기능 이상, 갑상선 기능 이상, 이상지질혈증 등 흔한 질환조차 정기적인 경과 판단과 치료 방침 결정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묶음 검사가 필요하다"며 "진료지침과 학회 권고에서도 개별 코드가 아닌 묶음 단위로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이러한 기준은 이미 시행 중인 적정성 평가, 분석심사,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의 제도 방향과도 상충된다고 꼬집었다. 국가 일반건강검진만 해도 검사 항목이 15종에 달하는데, 현장의 진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혈액검사는 항목별로 각각 코드가 부여돼 있어, 단순한 감염 환자에게 시행하는 기본 검사조차도 15종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폐렴 중증도 평가에 필요한 검사는 17종 이상이며, 대한의학회·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이차성 골다공증 감별 검사는 혈액 항목만 20종, 추가 검사까지 포함하면 24종에 이른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서 권고되는 정기검사 항목도 코드 기준으로 11종이며, 전혈구검사(CBC)까지 포함하면 20종을 넘어선다.

대개협은 이번 심사 기준이 특히 수술을 주로 시행하는 외과계 의원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보험이사는 "수술 전 필수 검사는 보통 30~40종에 이르며, 검사 없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기준에 따라 심사대상 기관을 선정하면 외과계 의원은 구조적으로 높은 다종검사 비율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결국 수술을 회피하거나 줄이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기준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병·의원이 상급종합병원과는 진료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급종병은 질환별 분과 전문의가 진료하고 타 질환은 협진으로 연계되지만, 병·의원은 복합질환을 가진 환자가 단일 진료과를 방문해 다양한 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강 이사는 "병·의원에서는 한 명의 환자가 여러 질환을 가진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검사 항목 수가 자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를 무시한 기준 설정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이 필수의료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근태 대개협 회장은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따라 진료 현장이 영향을 받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 때문에 삭감 우려가 커지고 중압감이 심화되고 있다. 선별집중심사로 인해 필수의료를 더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일괄적 기준이 실제 진료를 방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순호 부회장(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료진은 이미 불필요한 검사는 시행하지 않는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검사만 묶어도 15종을 넘는 상황인데, 이를 제한하면 결국 진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획부회장(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 역시 "바이러스 검사는 기본적으로 15종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설정한 이번 심사 기준은 명백한 탁상행정이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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