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자는 전략으로 본사 허락을 받아 보청기 'Genesis AI'를 보장구 제품에 등록했다. 경쟁사들로부터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스타키코리아는 환자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싶다."
스타키코리아 새 수장을 맡은 윤기환 신임 대표가 국내 보청기 업계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출시한 지 1년 밖에 안 된 자사 프리미엄 보청기를 올해 정부지원 보청기로 등록시켰다. 정부지원 보청기란 청각장애로 인정받은 사람이 보청기 구매 시 국가로부터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보장구 급여 제도를 말한다.
지난 27일 서울 가산동 인근 스타키코리아 본사에서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 만난 윤기환 대표는 이를 두고 "최신 청각 기술의 혜택을 즉시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시각에선 '정부지원 보청기 등록이 뭐 대단한 일이냐'라고 반문할 순 있겠지만, 보청기 업계에선 실로 '사건 중의 사건'이다.
한국 보청기 시장에서 업체들은 대개 출시 후 수년이 지난 제품을 정부지원 품목으로 등록하는 것이 관행이다. 최신 기술이 반영돼 소비자 수요가 큰 신제품 대신 구형 제품들을 보장구 급여 제도에 등록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스타키코리아는 올해 보장구 제품으로 Genesis AI를 등록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2월 국내 출시한 모델로, 스타키 보청기 라인업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 중 하나다. 이에 Genesis AI 출시 당시 가격은 400~500만원 선이었다.
S1 Processor 탑재로 4배 더 빨라진 처리 속도와 뉴로 사운드 테크놀로지(Neuro Sound Technology) 1.0을 기반으로 시간당 8000만번의 음향 조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최대 51시간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수명과 8단계의 보호 방수를 구현해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이런 동급 최강 제품을 정부지원 보청기로 등록했다는 말은 곧 회사가 Genesis AI의 가격을 꽤나 낮췄음을 의미한다.
장애인 보장구 급여제도에 따른 정부지원 보청기로 등록된 제품은 최대 90%(131만원)까지 정부가 내주는 대신 가격 통제를 받는다. 국가가 개인을 대신해 사주는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다. 업체로선 정부의 지급 보증 덕에 보다 대량 판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각장애 등록자가 Genesis AI를 구입하게 된 경우, 세부 모델에 따라 본인부담금 9만2000원~32만1000원만 내면 살 수 있게 된다. 스타키코리아로선 400~500만원 하던 제품을 정부부담(90%)+소비자부담(10%)에 따라 최대 152만원에 판매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최신 기술을 빠르게 보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2026년에도 이 품목을 유지할 계획이다. 난청 환자들이 최신 청각 기술의 혜택을 즉시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스타키코리아 '점프 업'
그러면서 그는 보청기 업계에선 새내기지만, 스타키코리아를 한 단계 더 '점프 업' 시켜나갈 것이라 했다.
스타키코리아는 국내 보청기 업계 전설이 된 심상돈 전 대표가 지난 30년간 이끌어 왔다. 심 전 대표는 국내 최장수 글로벌 기업 CEO라는 타이틀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7월 정년 퇴임했다.
심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 대표로선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터. 더군다나 그는 2001년부터 글로벌 안과기업인 알콘에서 한국과 동남아 헤드를 오가며 23년간 내공을 쌓아왔지만, 보청기 업계는 첫 발을 디딘 인물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전임 대표님이 하던 역할을 꾸준히 유지시키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면서도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10년, 20년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다.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스타키 아카데미를 활성화할 것이라 했다. 국내 보청기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면,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서비스는 주로 보청기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즉, 전문 청능사의 역량이 보청기 성능만큼이나 중요하다.
환자마다 증상과 귓속 구조 등이 너무나 다양한 만큼, 보청기를 착용자에게 맞추는 필수적인 과정인 '피팅(Fitting)'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난청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 피팅이기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교육 세션인 스타키 라이브를 한다"면서 "오디올로지(청각 관련 전문가)로서 충분한 역량이 되는지 되는 분들한테만 공급을 하려는 중이다. 학회를 꾸준히 진행해서 퀄리티를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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