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 폐암검진 대상 분류 세분화가 필요하다

코어라인소프트 장령우 임상 연구 리드

메디파나 기자2025-04-11 05:53

한국의 폐암 검진 대상자는 만 54세부터 74세까지의 연령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으로 정의된다. 

이는 미국의 국가 폐암 검진 연구(National Lung Cancer Screening Trial, NLST) 기준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NLST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성인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LDCT)를 통한 폐암 조기 검진의 유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평균적으로 20세에 흡연을 시작하여 55세까지 하루 한 갑씩 흡연할 경우 35갑년에 이르는 것으로, 고위험군의 기준에 포함된다.

하지만 모든 흡연자가 동일한 위험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55세에 이미 4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보유한 반면, 또 다른 이는 검진 시작 시점인 55세 이후에도 흡연을 지속해 74세에는 50갑년 이상의 누적 흡연력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암 검진 기준은 이러한 개인별 위험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고위험군'이라는 단일 범주로 통일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폐암 예측 모델인 Brock 모델 역시 흡연력에 대한 세부 정보는 변수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Lung-RADS 2022' 가이드라인 역시 결절의 크기와 영상 소견 중심으로만 폐암 위험도를 평가하고, 임상적 위험요인인 흡연력의 정량화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흡연은 폐암의 가장 확실한 위험 요인이며, 그 누적 정도에 따라 발병 위험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역학적 직관과 임상적 상식 모두에서 수긍 가능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검진 기준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흡연력 기반의 위험도 층화(risk stratification) 개념이 필요하다.

즉, 수검 대상을 단일한 '고위험군(high-risk group)'이 아닌, '중등도 고위험군(higher-risk group)', '최고위험군(highest-risk group)' 등 다층적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맞춤형 검진 주기, 정밀 영상 판독, AI 기반 예측 도구와 연계한 추적관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 그 이상으로, 폐암 검진을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년 간의 검진 사업을 통해 "저선량 CT 기반의 조기 검진이 실제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해왔다. 

폐암 검진의 정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는 '누구를 얼마나 자주, 어떻게 정밀하게 볼 것인가'에 대한 시대적 과제에 답할 때다.


|기고|코어라인소프트 장령우 임상 연구 리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의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 석사. 공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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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5-04-1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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