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평점 논란, 헌법소원으로 비화‥내과醫 "전문성 훼손 우려"

"연수교육의 '깊이'가 다르다"‥내과의사회, '전문성 폄하 시도' 경계
'평등권'만 말하고 본질 흐렸다‥내과 "자격 인정 기준이 핵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4-14 05:56

대한내과의사회 기자간담회 단체.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가암검진 내시경 연수교육의 평점 인정 기준을 둘러싼 내과계와 외과계 간의 갈등이 헌법소원으로 비화됐다.

기존 내과계 학회 교육만을 평점으로 인정해온 정부의 제도 아래 외과학회는 "동일 수준의 교육이 차별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는 "전문성에 기반한 평가 기준을 흔드는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2025~2027년 제5주기 국가 암검진기관 평가를 앞두고, 지난해 암검진 전문위원회가 내시경 인증의 범위를 외과와 가정의학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교육만 인정되던 연수교육 범위에 외과와 가정의학과가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내과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외과학회와 가정의학회가 운영 중인 인증의를 자격 기준에는 포함시키되, 연수교육 평점은 기존 내과계 학회 교육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이에 대해 외과학회는 "학회에 따른 차별적 인정은 헌법상 평등권, 교육받을 권리,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과의사회는 "외과학회의 문제 제기는 형식적으로는 '평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과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수련 체계와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 이태인 공보이사. 사진=박으뜸 기자

내과의사회는 내시경이 단순한 시술 기술이 아닌, 진단의 정확성과 검사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자격 인정은 단순히 교육 내용의 유사성에 기초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진료과가 얼마나 임상경험과 학문적 기반 위에 수련체계를 정립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인 공보이사는 "내과의 내시경 교육은 단순히 '숙련'을 위한 과정이 아니다. 조기암 발견과 내시경 질 향상을 위한 이론과 임상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며 "국가검진 체계의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자격 기준도 이에 상응하는 정교하고 공정한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헌법소원이 단순한 자격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전체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과계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진단검사의학, 병리학, 영상의학 등 다양한 전문과의 고유성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공보이사는 "각 전문과는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과 임상적 기능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를 무시하고 자격 기준을 획일화하는 것은 의료체계의 균형을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헌법적 쟁점에 대해서도 내과의사회는 명확한 반론을 제기했다. 외과학회가 주장한 '평등권 침해'는 헌법 해석상 중대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으며, 헌법 제11조가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지 교육·전문성·경험에 따른 정당한 구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로베리 이동길 변호사는 내과의사회에 제공한 법률 자문에서 "외과학회의 헌법소원은 평등권의 개념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며 "헌법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자격 기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내과계 학회가 주관하는 연수 교육은 수십 년 간의 임상 데이터, 강사 인증, 질 관리 체계 등으로 전문성과 공공성을 축적해왔다. 반면 외과계 교육은 교육 내용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임상 반영도나 국가기관과의 피드백 체계 등 기반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내과의사회는 자격 기준의 일괄적인 완화가 오히려 헌법 정신과 충돌할 수 있으며, 국민 건강을 위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엄격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정용 회장은 "우리는 내과의사만 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외과가 평점을 원한다면 내과처럼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 등에서 정식 트레이닝을 받고 이에 상응하는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내과의사회는 "학문적 다양성과 각 전문과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본질"이라며 "외과학회의 이번 헌법소원은 내시경 분야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후퇴시키는 조치이자, 전체 의료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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