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아동 심장·폐 이식수술 '성공'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05-02 09:33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섬유화 등 폐 손상을 입은 4세 여아에게 국내 첫 어린이 심장·폐 이식수술이 실시돼 성공을 거뒀다. 이 여아의 엄마와 여동생(1)도 가습기 살균제 탓에 폐 손상을 입었고, 이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에크모 장착·장기이식 등 사투를 벌여 생존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유진호 교수팀은 지난 2011년 6월 11일 이 병원에 입원한 4세(당시) 여아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살균) 성분을 오래 들이마셔 간질성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여아는 2011년 봄쯤 마른기침을 동반한 심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2주 후부터 빈호흡, 호흡곤란 등 상태가 악화됐고, 아이의 엄마와 여동생도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아이의 1세 여동생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숨졌다. 
 
병원 측이 처음 아이와 엄마의 증상을 보고,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프레드니솔론) 등을 투약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유 교수팀은 "아이의 가족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점을 밝혔다"고 전했다. PHMG는 최다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라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측이 설명했다.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당시의 아이의 상태는 호흡수 분당 77회, 맥박 분당 136회, 혈압 113/81이었다. 이후 아이에게 공기누출증후군·폐기종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 바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든 상태였다.
 
아이는 병원에서 100일간 장기 제공자가 나올 때까지 에크모(ECMO, 체외막형산소화장치, 몸의 산소 순환을 도와주는 기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어린이로선 국내 첫 심장·폐를 함께 이식 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아이 엄마는 5일간 에크모의 도움을 받았지만 폐 이식 후 큰 후유증이 없이 회복됐다. 성인의 경우에는 이식수술 후 회복이 더 빠르기 때문.
 
국내에서 성인의 폐 이식 수술은 1996년에 처음 시도됐고, 어린이의 경우 폐 이식 수술은 이번 4세 여아가 첫 사례다.
 
유 교수팀은 논문에서 "어린이의 폐와 폐·심장 이식엔 걸림돌이 많다. 장기 제공자(뇌사자) 수가 적은데다, 제공자와 수혜자의 장기 크기가 다르고 외과 기술적으도도 훨씬 고난도이 수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장기를 제공한 뇌사아의 체중은 23.1㎏으로 장기를 받은 아이(17㎏)보다 1.3배 컸다.
 
논문을 통해 유 교수팀은 장기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의존해야 하는 에크모·기계적 환기장치 등의 장착 기간이 길수록 이식 수술 뒤 다(多)장기 부전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고 전했다.
 
이식수술 시행 3년 후 실시한 아이의 폐 기능 검사에서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얻어졌고, 폐 이식 수술 후에 뒤따르기 쉬운 폐 고혈압·폐쇄성 세기관지염(bronchiolitis obliterans)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가습기 살균제 관련 간질성 폐질환을 가진 한국 어린이에 대한 성공적인 첫 심장·폐 이식 수술)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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